지난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바둑 대표팀 감독을 맡아 전종목 우승이라는 큰 전과를 거둔 명장 양재호 9단(48)이 이번에는 국내 바둑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허동수 한국기원 이사장은 22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제80회 한국기원 정기이사회에서 양재호 9단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양재호 사무총장은 울산 출신으로 1979년 입단해 1994년 입신에 올랐다. 1989년 제1회 동양증권배서 우승했고 명인전, 패왕전 등에서 7번 준우승 했다.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사장을 보좌해 국내 바둑계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로 40대 총장이 취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보수적이었던 국내 프로 바둑계의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양 총장은 국내 프로 기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주류 세력인 이른바 충암사단의 중심 인물로 충암 출신이 사무총장을 맡게 된 것 역시 처음이다. 따라서 앞으로 바둑 행정 전반에 걸쳐 40대 이하 젊은 기사들의 의견이나 주장이 좀더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 신임 총장은 한국기원 이사를 역임해 바둑행정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동안 최규병 기사회장, 유창혁 이사 등 충암 출신 중견 기사들과 함께 보조를 맞춰 프로기전에 컷오프제를 도입하고 입단제도 변경에 앞장서는 등 개혁적인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바둑계가 여러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월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양 사무총장은 "바둑계가 잘 되려면 기본적으로 보다 많은 기전이 만들어져 더욱 재미있고 수준 높은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국내외 기전 활성화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올해부터 정부 예산이 지원되기 시작한 군 부대 바둑 보급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지난해 중단됐던 대한바둑협회와의 통합 작업도 재개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프로기사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사무국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한편 열심히 창의적으로 노력하는 직원이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 공공연히 사무총장 후보 0순위로 지목됐던 양 신임 총장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감독을 맡으면서부터 이미 마음을 비웠다"며 "개인적인 이해를 따지지 않고 한국 바둑계 발전을 위해 자그마한 벽돌 한 장이라도 보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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