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_인간 불평등의 발견자/리오 담로시 지음ㆍ이용철 옮김/
교양인 발행ㆍ768쪽ㆍ3만5,000원
"나는 편견을 지닌 사람이기보다는 차라리 역설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에밀> 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묘사한 대로 장 자크 루소(1712~78)는 18세기 계몽주의 내부에서 솟구친, 기이한 이단의 사상가였다. 루소가 계몽주의를 내부에서 전복시키고 있다는 것을 계몽주의의 대부 볼테르가 일찍부터 눈치채 공격했던 것처럼. 에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집단 정신을 추구했고, 인민의 일반의지를 따르는 공동체를 역설하면서도 문명 자체가 자연 상태의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설파한 그는 자연과 문명, 이성과 감성, 개인과 사회 간의 양립 불가능한 대립을 한계 지점으로 밀고 갔다. 후대에 이르러 아나키즘과 동시에 전체주의의 선구자, 낭만주의적 열정과 함께 숭고한 도덕성의 창시자라는 양 극단의 평가를 받는 것도 그 사상의 복합적 성격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그는 이성의 기만을 간파해 내며 근대의 균열을 정확히 드러낸 사상가였다. 그러기에 우리 시대의 근대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문제적 지점인 것. 출판사 교양인의 '문제적 인간' 평전 시리즈 일곱 번째 인물이 바로 루소로 시리즈의 이름에 값하는 선택인 셈이다.
<루소_인간 불평등의 발견자> 는 미국 하버드대 문학 담당 리오 담로시 교수가 10년에 걸친 조사와 집필 끝에 2005년 완성한 평전. 760여쪽의 방대한 분량 속에는 루소의 삶과 사상, 당대 유럽의 정치 사상적 지형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회심리학적 통찰로 루소의 내적 동기를 따라가며 들여다보는 그의 내면은 갓 형성되고 있던 복합적 성향의 근대인의 내면을 읽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 보이면서, 우리가 우리의 초상을 볼 수 있는 거울을 제시한다"(694쪽). 루소_인간>
공화국의 법률을 따르고 시민의 의무를 다할 것을 가르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영원한 떠돌이의 삶을 살았고, 교육론의 명저 <에밀> 을 썼지만 자기 아이들은 고아원에 버린 루소의 삶은 그의 사상 못지않은 모순투성이였다. 그 같은 자아와 내면의 어둠을 직시하기 위해 <고백론> 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까지 더듬어 갔던 그는 현대 정신분석학의 시초자이기도 했다. 저자는 루소를 외로운 정신적 고아로 그리면서 "루소는 결코 어떤 체제를 세우려 했던 적이 없으며 또한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며 "(그의 사명은) 화해할 수 없는 갈등들을 폭로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책은 이용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옮겼다. 고백론> 에밀>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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