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갑판에 올랐다. 아들의 자리에는 검은색 기관총이 바다를 겨누고 있었다. 차디찬 금속을 어루만지던 어머니는 잠시 흐느끼더니 애써 눈물을 삼키며 이마를 맞대고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아들이 못다 지킨 서해바다를 네게 맡기리라.
천안함 46용사의 한 명인 고 민평기 상사의 호국 혼이 ‘326기관총’으로 부활했다. 구경 12.7㎜, 최대사거리 6,700m, 분당 최대 6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K-6기관총으로 해상교전 시 근접공격과 방어에 유용한 무기다. 아덴만에서 활약 중인 청해부대 최영함과 해군 대잠 링스헬기에도 같은 기종이 장착돼 있다.
해군은 고인의 어머니 윤청자(68)씨가 기탁한 유족보상금 1억898만8,000원에 예산 3억원을 더해 18정을 구입했다. 326기관총은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 9척에 각 2정씩 장착된다.
당초 해군은 윤씨의 기탁 취지를 살려 ‘민평기 기관총’으로 명명할 계획이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지난해 9월 추석 때 윤씨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윤씨는 “아들과 함께 전사한 46용사 모두를 나타낼 수 있는 326이라는 이름이 더 의미 있다”며 손사래를 쳤고 그의 뜻에 따라 326으로 이름을 바꿨다. 해군은 기관총 몸통 왼쪽에 ‘326기관총’이라고 한글 양각으로 새겼다.
이날 기증식은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 정박한 영주함에서 진행됐다. 대표로 결의문을 낭독한 영주함 작전관 문창환 대위는 “고인의 혼이 살아 숨쉬는 326기관총으로 조국의 바다와 북방한계선(NLL)을 기필코 사수하겠다”고 다짐했고, 윤씨는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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