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는 시작 전부터 '그림이 나오는' 시리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동부-LG전 승자를 동부로, KCC-삼성전 승자를 KCC로 점쳤다.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예상 외의 흐름이 재미를 더하는 경우가 많았다. LG 문태영은 동부 김주성을, 삼성 이승준은 KCC 하승진을 넘어 반란의 주동자로 나설 준비를 끝냈다.
이들 해결사들이 2회전 진출의 열쇠를 쥐고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러나 플레이오프라는 무대의 성격을 생각하면 각 팀 베테랑 슈터에게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부 가드 황진원(33)과 LG 포워드 조상현(35)은 25일부터, KCC 포워드 추승균(37)과 삼성 가드 강혁(35)은 26일부터 농구인생을 건 5전3선승의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저니맨이냐 LG맨이냐
황진원은 올시즌 동부 유니폼을 입기까지 6개 팀을 거쳤다. 이광재의 군입대 공백으로 걱정하던 동부는 김주성의 중앙대 1년 선배인 황진원을 데려왔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황진원은 올시즌 평균 8.6점을 넣었다. 3점슛은 0.9개. 슈터 가뭄에 시달리던 동부에 가랑비를 뿌렸다. 이제는 소나기를 쏟아 부을 차례. 플레이오프는 단골이고 KT 시절이던 2006~07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던 경험에 기대를 걸 만하다.
이에 맞서는 조상현은 LG맨이다. 데뷔(1999~00)는 SK지만 LG에서 5시즌째 뛰고 있다. 조상현은 쌍둥이 동생 조동현(KT)이 부러울 만하다. 지난 시즌 평균 5.7점에 그쳤던 조동현은 올시즌 9.3점을 넣으며 KT의 정규시즌 우승에 한 몫 했다. 조상현은 평균 4점으로 지난 시즌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득점력으로 고개를 숙였다. LG 이적 후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조상현은 물러설 곳이 없다. 동부를 꺾어야 동생과의 한판 승부에 나설 수 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둘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의 또 다른 이름이다. 14년차 '코치급' 추승균은 올시즌도 여전했다. 평균 10.1점 2.8어시스트로 지난 시즌의 8.8점 2.6어시스트를 넘었다. 이 사이 통산 500스틸 기록도 세웠다. 지난 시즌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96경기에 나섰던 추승균은 100경기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플레이오프 통산 득점(1,309점)에, 야투(486개)ㆍ자유투(227개) 성공까지 전부 1위인 추승균에겐 매 순간이 기록 경신인 셈. 2008~09시즌 챔피언결정전서 최고령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던 추승균이다.
KCC에 추승균이 있다면 삼성엔 강혁이 있다. 강혁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실속 만점이다. 포스트시즌 출전도 통산 62경기로, 큰 경기라면 자신 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1.5점을 넣으며 소금 구실을 톡톡히 했던 강혁이다. 올시즌 성적은 평균 7.3점 2리바운드 4.6어시스트 1.3스틸. 공수 전부문 만능인 강혁이 살아야 삼성도 살아남는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