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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현장에 권한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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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현장에 권한을 주라

입력
2011.03.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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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창조와 소통이 경영의 화두다. 둘 다 초일류기업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창조와 소통의 경영목표를 조직 내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추진 전략의 핵심은 임파워먼트(empowerment), 즉 현장에 권한을 주고 근로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일을 맡기는 것이다.

창조경영과 소통의 필수요건

창조경영에서 임파워먼트는 필수다. 첫째, 의사결정의 권한을 아래로 내리는 것은 조직 민주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현장에 가깝게 있는 사람들이 상위 조직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 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고, 따라서 그들이 판단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의사결정이 되고, 그 결과 조직에 더 큰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제법 큰 회사의 CEO인 친구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사업본부장들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이양했는데, 본부장들 중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본부장이 있고 그렇지 못한 본부장이 있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아는가?" 정답은 "자신이 받은 권한을 다시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본부장은 좋은 성과를 내고, 받은 권한을 자신이 움켜쥐고 의사결정을 독점하려는 본부장은 결국 실패하더라"는 것이다.

둘째, 창조경영은 여러 사람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결합할 때 가능하다. 몇몇 천재들이 깜짝 쇼로 엄청나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다. 새로운 지식,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자기의 생각을 꺼내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화학반응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융합을 통해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윗사람 혼자 결정하는 방식에서는 창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 내 소통을 위해서도 임파워먼트는 필요하다. 특히 신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첫째, 신세대들은 자신들이 목소리(voice)를 내고 참여(participation)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서 정부에서 청년들을 위한 별도의 직업소개 전산망을 구축했는데, 이것이 청년들의 호응을 별로 받고 있지 못하다.

반면에, 청년들이 스스로 만든 인터넷 취업카페는 회원이 수십만 명이다. 이 카페에는 지금 막 끝난 어느 대기업의 면접질문도 올라온다고 한다. 신세대들은 자신도 취업관련 정보를 넣을 수 있을 때, 즉 직접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정보로 인정한다.

둘째, 신세대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지금 취직하는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일을 통해 내공을 키울 수 있는 조직에서 근무하기 원한다. 내공은 일방적으로 윗사람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해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경험을 통해 쌓여지는 것이다.

"리더는 일을 잘 시키는 사람"

어느 대기업 임원에게 "가장 기억에 남고 고마웠던 직장 상사가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분은 "나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과제를 주시고, 내가 작성한 리포트 내용에 동의하면 당일에 바로 사장님 결재까지 받아 주신 분이다. 그때 내 실력이 엄청 늘었고 그것이 지금 임원까지 올라오는 밑거름이 되었다. 또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야근을 해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직업이 CEO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경영자인 GE의 잭 웰치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이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리더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리더십은 기업 경영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경영에서도 필요한 것 같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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