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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수단체와 언론의 '지레 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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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수단체와 언론의 '지레 짐작'

입력
2011.03.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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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머니의 죽음이) 테러로 부각되는 것이 조심스러워요. 경찰 조사를 전적으로 믿고 지켜볼 겁니다."

유족은 오히려 담담했다. 어머니 피살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추모(52)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단체가 워낙 강성이라 위협적인 전화를 받기도 했지만 가족을 위협하는 내용은 없었다. 애초에 부검도 안 하려고 했다"며 테러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같은 날 "백주 대낮에 건강하셨던 분이 괴한에게 흉기에 맞아 즉사했는데 테러가 아니면 뭐냐" "평소 조심하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일이 터지고 나니 테러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흥분한 상태였다. 보수언론들도 '테러 가능성 수사' '테러 의혹'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내며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고 갔다. 경찰이 계산대의 지폐가 없어진 점, 가게 내부를 뒤진 흔적 등을 보고 강도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뒤였다.

특히 경찰이 40대 재중동포를 용의자로 추정한 22일 일부 언론은 거의 추리소설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범죄 전력이 있는 한국 내 조선족을 북한측이 매수해 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수단체 간부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의 소행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24일 경찰에 잡힌 범인은 내국인 구모(43)씨. 강도상해 등 전과 5범인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평소 자주 드나들던 가게의 노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아무리 북한정권이 예측불허의 집단이고, 사건을 볼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긴 해야하지만 현장증거도 없는 상황을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들은 애써 무시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우리사회 일부의 비뚤어진 모습이 다시 드러난 사건이었다.

김혜경 사회부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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