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증시에 회계감사발(發) 퇴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해마다 3월이면 주주총회에 앞서 회계감사 결과를 내놓는데,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기 때문. 올해도 재무제표 불량 판정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이 24일 현재 20개사를 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2010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 엔빅스와 씨모텍 2곳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오라바이오틱스가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는 등 회계법인 감사를 통과하지 못해 상장폐지 사유가 생긴 12월 결산법인이 16개사(유가증권시장 2개ㆍ코스닥시장 14개)에 달하고 있다.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23일)을 넘기고도 이날까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상장법인도 18개사(유가증권시장 5개, 코스닥 13개)에 이른다.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회계감사 결과에 자신이 없는 경우라는 걸 감안하면 감사의견 거절 기업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되는 업체가 사상 최악의 회계감사발 퇴출이 벌어졌던 지난해(38개)에 이어 30곳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자본 잠식상태로 확인된 봉신, 셀런, 성지건설, 대선조선, 엠앤에프씨 등 5곳도 상장폐지 후보에 올라있다. 감사의견 거절은 ▦자본잠식 등으로 기업의 계속 존립 여부가 불확실하거나 ▦회계시스템이 불투명해 재무제표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가 어려울 때 회계법인이 취하는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의견 거절 기업에는 경영진의 부적절한 자금관리나 부진한 실적을 가리기 위해 사측이 회계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상장기업이 '의견거절' 감사보고서를 받으면, 증시에서의 주식 매매는 즉시 정지되고 7거래일간 이의 신청을 받아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감사의견 거절은 사실상 상장기업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실제로 작년에도 코스닥시장에서 35개사가 의견거절을 받았고 이중 31개사가 퇴출됐다. 유가증권시장의 7곳은 모두 상장 폐지됐다. 생존확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제일창업투자의 경우처럼 회계법인이 '의견거절' 결론을 내고도 '적정'으로 고친 감사보고서를 줬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도 불량회계 기업으로 판정되면 곧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부실회계 기업들은 재무상태가 불량한 한계기업일 가능성이 높고, 이의신청 등 패자부활 절차에서도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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