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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쑥국을 앞에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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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쑥국을 앞에 놓고

입력
2011.03.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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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왜 ‘쑥’이라 이름 하는지 몰라도 불현듯 쑥 찾아온다. 이 나라 이 땅 양지바른 곳이라면 어디든 너는 쑥쑥 온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었지만 언 땅에 뿌리를 둔 너는 고통도 없이 상처도 없이 쑥쑥쑥 반갑게 온다. 풀리는 땅과 함께 너는 오고 향기로운 흙내음 훈훈한 봄의 향기도 덩달아 솟아오른다. 너의 본적은 단군신화. 너와 마늘로 100일을 햇빛을 보지 않고 견딘 곰은 여자 웅녀가 되어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할아버지를 낳았으니 건국신화 속에 한국인의 DNA 속에 네가 있다. 우리의 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보다 더 먼 그 옛날부터 봄이 오면 삼삼오오 들로 나가 너를 만나던 풍경이 이 나라의 봄 풍경이 되었고 그 날 저녁 밥상엔 너를 넣어 끓인 구수한 국이 올랐었다. 사람들은 봄에 만나는 네가 하나인 줄 알지만 너는 참쑥, 약쑥, 개똥쑥, 갯쑥, 금쑥, 덤불쑥, 명천쑥, 비쑥, 산쑥, 산흰쑥, 제비쑥, 인진쑥 등 많은 이름을 가졌다. 인진쑥 하나만 봐도 간염, 간장해독, 당낭염, 담즙분비촉진, 이뇨, 이물배설촉진, 지방간, 항염증, 해열, 황달 등에 효능을 가진 만병통치이니 너는 약이다. 너는 또 국으로 떡으로 건강한 밥상이었으니 사람의 고마운 친구다. 아침 밥상에서 어머니가 캐 오신 너를 끓인 쑥국 한 그릇을 받고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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