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를 양산하면서 군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정부가 천안함 백서에 기술한 내용의 일부다. 백서 곳곳에 자기 반성의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남을 탓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불신은 군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결정적 계기는 백령도 해안초소에 설치한 열상감시장비(TOD) 화면이었다. 군은 당초 “TOD 화면이 없다”고 했다가 천안함 사건 4일 뒤인 지난해 3월30일 마지못해 1분20초 분량의 편집본을 공개했다. 하지만 뿌연 화면에는 해군 고속정의 구조장면이 전부였다. 이후 은폐의혹이 거세지자 이틀 뒤인 4월1일 40여분 분량의 원본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 당시의 장면은 없었고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이에 군은 4월7일 함수와 함미가 절단돼 침몰하기 직전의 화면을 추가로 공개했다. 초병이 수동으로 녹화한 기존 영상과 달리 부대 상황실에서 자동으로 녹화한 화면이었다. 군은 끝까지 “TOD에 자동 녹화 기능이 있는지 몰랐다”고 발뺌했다. 천안함 백서에 TOD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군은 또 사건 다음 날인 3월27일 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백령도 해상의 지진파 분석결과를 보고받았다. 어뢰 피격과 침몰 시각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였지만 사고 발생 1주일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다가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뒤늦게 인정하기도 했다.
백서는 이외에도 “어뢰에 맞은 것 같다”는 내용의 보고가 침몰 직후 천안함과 해군2함대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간에 수 차례 이뤄진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합참에는 보고가 늦어졌고 피격상황을 청와대 등 관련부처 간에 공유하지 못했다. 그 결과 초동 대응이 부실했고, 언론은 좌초, 기뢰폭발, 어뢰폭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인을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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