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서해상에서 침몰됐을 당시 대통령이 합참의장보다 20분 먼저 보고받는 등 군의 보고체계가 엉망이었던 사실이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서 재차 확인됐다.
정부가 24일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26일 오후 9시22분께 폭발과 함께 침몰이 시작된 천안함의 포술장은 6분 지난 9시28분께 휴대전화로 해군2함대사령부 지휘통제실에 “좌초, 폭발음이 났고 침몰 중이다. 구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어 2함대사는 해군작전사령부에 9시31분께, 합동참모본부에 9시45분께 각각 보고했다. 해작사는 사고 상황을 파악하느라 9시43분께 합참에 정식 보고했다.
하지만 합참과 청와대 사이의 정식보고라인은 곧바로 가동되지 않았다. 9시50분께 합참 해상작전과 담당장교는 휴대전화로 군 선배인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행정관(해군 대령)에게 천안함 침수상황을 보고했고, 행정관은 즉시 국방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이에 9시51분께 청와대 위기상황센터(공군 중령)에서 합참 지휘통제실(육군 중령)에 천안함 상황을 문의하자 그제서야 합참은 청와대에 정식 보고했다. 합참은 2함대사와 해작사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뒤 각각 6분과 8분 동안 늦장을 부린 것이다. 사건 발생(9시22분)부터 청와대가 사태를 파악(9시51분)하기까지 무려 29분이 걸린 셈이다. 합참이 한미연합사령부에 통보한 시각은 10시5분께로 사건 발생 43분이 지나서다.
군이 미적거리는 사이에 청와대가 먼저 움직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9시51분께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상황을 최초로 보고받고 즉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 10시10분께 청와대 위기상황센터 상황실에 도착했다. 이어 외교 안보부처 장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특히 군의 최고지휘부인 이상의 합참의장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각각 10시11분께, 10시14분께 전화로 최초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미 위기상황센터에 도착해 상황파악을 끝낸 이후였다. 이어 김 장관은 10시25분께, 이 의장은 10시42분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복귀했고, 김 장관이 외교안보장관회의에 참석해 이 대통령에게 최초 상황을 보고한 것은 11시30분께였다.
이에 대해 백서는 “군의 위기대응조치가 전반적으로 미흡했고, 사건 초기 피격상황에 대한 보고와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응조치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적시했다.
백서는 지난해 5월 “천안함 침몰의 정확한 기록을 남겨 교훈을 분석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정부 합동으로 집필이 시작됐다. 총 8,000부가 발간돼 정부기관, 대학, 연구소 등에 배포됐고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거나 시중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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