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탈출 왜 어려운가상환실적 등 우량정보는 10~20%만 반영등급간 유연성 확보·서민금융 활성화 절실
저신용 탈출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한 두 번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신용등급 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연체정보의 경우, 돈을 다 갚은 뒤부터 최장 1년간만 기록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신용등급 및 점수 산정에는 연체 해제 후 5년까지도 반영된다. 실수로든 뭐든 일단 연체를 했다면 금방 갚는다고 해도 5년 이상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세금 체납의 경우에도 해제와 동시에 기록을 삭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역시 신용등급에는 해제 후 5년간 영향을 미친다.
신용등급을 산정하는데 연체, 파산면책, 채무불이행 등 불량 정보의 영향력이 비대한 점도 저신용 탈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 대출금을 얼마나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지, 카드대금은 제때 갚고 있는지 같은 '우량'정보는 신용점수 및 등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미미하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우량 정보의 신용점수 반영 비중이 10% 내외, 많아도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활용하는 우량정보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세금이나 공과금 납부 실적, 보험료 및 연금 납입 실적, 소득, 직업 등 매우 다양하다. 유재철 신용회복위원회 홍보팀장은 "신용불량자가 채무불이행자라고 순화됐을 뿐, 과거에 비해 평가기준이 달라진 점은 없다"며 "좀 더 다양한 정보가 반영이 돼야 등급의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고 개인들로서도 등급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비협조, 금융회사들의 이기주의 등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금을 제대로 납부했는지 등 긍정적 정보가 현격히 부족하기 때문에 한계가 명백하다"며 "고객들의 정보가 은행의 자산이라고 생각해서 가급적이면 공유하기를 꺼리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 활성화 등 보다 근원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차피 최하위 신용자들은 정상적 금융사다리를 탈 기회가 없는 만큼 별도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소금융 등 저신용자를 돕기 위한 제도들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그 자리를 고금리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들이 잠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민금융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저신용 탈출의 통로도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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