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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백' 나카시마 데츠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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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백' 나카시마 데츠야 감독

입력
2011.03.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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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가득찬 인물에 빠져… 내 영화가 변한 것은 아니야"

31일 개봉하는 '고백'은 지난해 일본 최고 화제작이다. 중학생이 담임교사의 유치원생 아이를 살해하고, 미혼모인 교사는 복수를 위해 에이즈 감염자 혈액을 용의자 학생 우유에 주입한다. 단지 눈에 띄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가족을 몰살한 여중생의 사연이 겹치고, 또 그 여중생이 살해되는 에피소드까지 포개지는 잔혹하고 잔혹한 스릴러다.

냉혈한을 양산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대한 묵시록으로 여겨지는 이 영화는 일본에서만 제작비(500만달러)의 10배 가까운 흥행 수입(4,880만달러)을 올렸다. 올해 일본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으며 높은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긴장감이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의 감독은 나카시마 데츠야. '불량공주 모모코'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으로 국내 일본영화 팬들 사이에 널리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리듬감 있는 편집, 뮤직비디오와 광고 형식의 과감한 차용으로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고백'은 여성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옮겼다. 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지배하는 원작은 나카시마 감독의 기존 행보와 거리가 있다. 그는 외톨이들의 고독과 분투를 다루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장난기 가득한 화면으로 삶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곤 했다.

그런 그가 '고백'을 택한 것은 의외다. 그는 "소설 전체가 독백으로 이뤄진데다 등장인물 모두가 악의에 가득 차 있어 선택했다"고 밝혔다. '고백'은 죄의식 없는 중학생들과 복수를 실행하는 여교사의 담담한 독백을 연이으며 소통도 없고 한줌 동정조차 없는 세상을 투영한다.

나카시마 감독은 '고백'이 그의 영화이력과 궤를 달리 하는 듯 하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내가 만든 영화는 항상 '어리석지만 사랑해야 할 인간들이 우당탕 벌이는 인생의 희극'이었습니다." 그는 "내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고독한 인간이라 외톨이들의 사연을 다뤄왔다. 영화 주인공들은 항상 나 자신과 닮아있다"고도 말했다.

차기작을 묻자 그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신 "현재의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는 무성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게 지금 저의 순진무구한 꿈"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국적과 무관하게 이창동 감독이 가장 자신의 눈길을 끈다고 한 답변이 그나마 그의 행보를 가늠케 했다. "'오아시스'와 '밀양'처럼 인간을 어찌 그리 깊게 그릴 수 있는지 나로선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부디 한 번 만나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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