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46인의 꽃다운 젊음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은 민주화 이래 지속된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치상황이 얼마나 냉엄한 것인지를 충격적으로 일깨웠다. 향기로운 아들들은 떠나, 휴전선 155마일 너머 생생한 적의(敵意)를 외면했던 그동안의 안일을 채찍질하고, 우리의 정신을 차갑게 벼리는 총화(總和)의 꽃이 됐다.
정치적으로는 막연한 남북화합이나 대북 포용정책이 재검토됐다. 애초부터 보수적이었던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는 김정일 정권을 정상적인 대화의 상대로 여길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해졌다. 사회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안보의식이 고조되는 가운데 힘들고 거친 해군 UDT와 해병대에 자원하는 젊은이들이 줄을 이었다. 여전히 의혹을 부채질하는 일부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국민 80%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믿을 정도로 막연한 대북온정주의는 설 자리를 잃었다.
군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으면서 방위태세를 전면 재정비하고, 실질적 전쟁억지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국방개혁을 추진하게 됐다. 특히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확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즉시 응전토록 하는 등 군의 정신자세와 기강도 아울러 다지게 됐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확고한 대비태세야말로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도모하는 유일한 토대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 폭침 이후 사회 전반의 대북 인식 전환을 바람직스럽게 평가한다. 다만 이 시점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에 대한 인식 전환이 대북정책, 나아가 한반도정책에 새로운 불균형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무책임한 '응석 받아 주기'식 대북정책에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극단적 대결정책이나 대북 고사정책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뜩이나 권력의 3대 세습과정에서 체제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북한이 언제 급변사태를 맞게 될지 알 수 없다. 확고한 방위태세와 함께, 유사시 북한사태를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점차 넓혀나가는 쪽으로 한반도외교와 대북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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