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속 350㎞의 괴물들이 올해도 전세계를 집어삼킨다.올해로 62회째를 맞은 자동차경주선수권대회 포뮬러원(F1) 월드챔피언십이 25~27일 멜버른에서 열리는 2011시즌 1라운드(전체 19라운드) 호주그랑프리를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난 11~13일 열릴 예정이던 바레인그랑프리가 반정부시위 여파로 취소되면서 호주그랑프리가 개막전으로 바뀌었고 지난해에 이어 2회째를 맞는 코리아그랑프리는 16라운드째인 10월14~16일 전남 영암에서 펼쳐진다.
F1은 연간 관중 400만명, TV 시청자 6억명을 자랑하는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때문에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스포츠로 꼽히기도 한다. 전세계 24명뿐인 선택 받은 자들은 또 어떤 경쟁으로 2011시즌을 뒤흔들어 놓을까.
페텔의 2연패냐, 슈마허의 부활이냐
독일 드라이버 제바스티안 페텔(24ㆍ레드불)은 2009시즌 2위에 오르더니 지난 시즌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F1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페라리 이적 대신 레드불과 2014년까지 재계약한 페텔은 올시즌 전 테스트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페텔이 연속 우승에 성공하면 2연패를 달성한 9번째 드라이버로 F1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독일의 자존심은 또 있다. 페텔 이전 미하엘 슈마허(42ㆍ메르세데스)가 원조다. 전성기 시절 7개 시즌 정상 등극의 금자탑을 쌓은 '황제' 슈마허는 그러나 2006년 중국 대회 우승이 그랑프리 마지막 우승이다. 은퇴 뒤 지난 시즌 복귀했지만 그랑프리 톱3 한번 없이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슈마허는 "(페텔이 속한)레드불은 올시즌 가장 주목해야 할 팀임에 틀림없다"면서도 "시즌은 길다. 우리팀 머신(경주차)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슈마허는 페텔의 어린 시절 우상이다. 미하엘(Michael) 슈마허, 마이클 잭슨, 마이클 조던까지 '3명의 마이클'을 동경했던 페텔은 여덟 살 때 레이싱에 입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슈마허가 처음으로 F1 챔피언에 올랐던 1994년, 일곱 살 어린이 페텔은 슈마허를 보고 꿈을 키웠다. 지난 시즌 우승은 우상 슈마허와 경쟁해 거둔 결과여서 페텔에게는 더욱 특별했다.
샴페인에 목마른 자, 피렐리를 지배하라
지난 13년간 F1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했던 브리지스톤이 철수하고 올시즌부터는 이탈리아 자본의 피렐리가 F1 타이어를 도맡는다. 타이어 교체 전략은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 새 타이어에 대한 적응이 우선임은 당연한 이치다. 장기간 브리지스톤에 익숙했던 드라이버들에게 '피렐리 지배'가 지상과제로 주어진 셈이다.
피렐리는 올시즌 F1에 공급할 타이어를 단단한 정도에 따라 6가지 색깔로 구분해 관중과 시청자를 배려했다. 응원팀이 언제 어떤 타이어로 승부수를 거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관전의 재미가 배가될 전망이다.
이밖에 올시즌부터는 레이스 중인 드라이버가 콕핏(운전석)에서 뒷날개 각도를 바꿀 수 있다. 연습 주행과 예선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가능하고 결선 때는 정해진 구간에서 접전 때만 뒷날개 각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보통 뒷날개는 직선 구간에서는 눕히고 코너에서는 세우는 게 유리하다. 엔진출력 순간향상 장치인 KERS의 재도입과 함께 추월의 묘미를 느낄 요소가 많아진 것이다.
그동안 F1은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경주선수권대회로 군림하면서도 레이스 중 추월 가능성이 적어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버니 에클레스턴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 회장이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는 젖은 서킷에서 많았다. 올시즌에는 인공으로라도 비를 뿌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코리아그랑프리는 끊이지 않는 비로 선두 추월이 빈번했던 결과 2010시즌을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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