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10만명 당 90명 선인 결핵 발생률을 2020년까지 20명 선으로 낮추는 ‘국가 결핵관리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그 동안 보건소에서만 해오던 결핵환자 가족 및 밀접 접촉자에 대한 결핵검진을 6월부터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검진비용(1인당 최대 15만원)은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또한, 결핵 전담 간호사가 배치돼 상담과 관리를 돕는 민간공공협력병원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료비 본인부담금의 50%를 정부가 지원키로 했다. 이밖에 전염성 결핵환자 중 치료 비순응자와 난치성 결핵(다제내성결핵) 환자에 대한 입원명령제도 강화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연간 결핵사망자(연간 2,000명 이상)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가 작심하고 칼을 빼든 것이다. 결핵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풀어본다.
결핵은 나이 많은 사람만 걸리는 병이다?
결핵은 고령인에게만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결핵 감염자는 20~3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대가 19%로 가장 많다. 이어 70대 이상 17%, 30대 16%, 60대 13%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이다. 젊은이가 많이 걸리는 것은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과 면역력이 약해 결핵균이 활동하기 좋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생후 1년 안에 결핵 백신을 의무 접종하는데, 백신 효과는 보통 10년이 지나면 떨어진다. 따라서 백신 효과가 없고 면역력이 약해진 20대에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결핵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이 될수록 분포도가 높은데 우리나라는 20대가 많이 걸려 아직도 결핵후진국임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결핵환자와 수건과 식기, 식사를 따로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다. 가족 가운데 폐결핵 환자가 있으면 대부분 음식을 따로 먹고 그릇을 소독한다. 그러나 폐결핵은 공기로 전염되므로 음식을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키스나 성관계를 한다고 해도 감염되지 않는다. 식사나 식기 등과 마찬가지로 침으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핵균은 수건, 식기, 식사를 통해서보다 대화하다 전염될 위험이 높다. 결핵균의 전파는 대부분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결핵균이 주위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가 생긴다. 환자가 내뱉는 결핵균의 수가 많을수록, 환자와 가깝게 접촉할수록, 접촉기간이 길수록 결핵에 걸릴 위험이 높다.
결핵은 6개월 치료로는 부족하다?
폐결핵은 6개월 동안 항결핵제를 꾸준히 먹으면 거의 완치된다. 따라서 6개월 이상 약을 먹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결핵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고 중간에 중단하거나, 약 종류를 마음대로 바꾸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치료하기 힘들어진다. 아예 약을 먹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는 독성이 더 센 2차 약을 적어도 1년6개월 이상 먹어야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중간에 끊으면 그 동안 복용하던 여러 가지 약에 대해 동시에 내성이 생기는 다제내성결핵이 생길 수 있다. 다제내성결핵은 기본적인 치료약인 아이소나이아지드와 리팜피신에 내성이 생긴 결핵이며, 더 심각한 슈퍼결핵(광범위내성결핵)은 2차 항결핵제 주사제와 퀴놀론계 약에도 내성을 가진 결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500명의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있다. 다제내성결핵의 완치율이 25~45%에 그치며, 사망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상학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만 1차 치료에 실패하고 한 번 내성이 생겨도 경험 있는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한 번 정도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결핵에는 개고기가 좋다?
결핵을 고치는 데 개고기 등 보양식이 좋다는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과거 먹을 거리가 충분치 않아 영양결핍 문제가 심각했을 때 나온 말일 뿐이다. 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개고기가 결핵에 좋다는 증거는 없다”며 “결핵 퇴치엔 6개월간 거르지 않고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핵 환자는 직장을 쉬어야 한다?
예전에는 결핵에 걸리면 요양소에 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핵으로 병원을 찾기 전까지가 더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순간부터 결핵 전염 위험성은 크게 낮아져 약을 복용한지 2주가 지나면 전염될 위험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굳이 가족과 격리돼 생활하거나 직장을 쉴 필요가 없다. 다만, 병원 학교 학원 요식업 종사자 등은 치료시작부터 2주 정도는 근무처를 벗어나 있어야 주변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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