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재활 돕는 '두바퀴 희망 자전거'SK그룹 지원으로 사회적 기업 발돋움노숙자 출신 직원들 전문점 못잖은 기술 갖춰다달이 저축도 하며 자활 '희망의 노래'
서울 용산 전자상가 근처에 콘테이너로 만든 이색 공장이 하나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 '두바퀴 희망 자전거'가 운영하는 공장이다. 이 곳에는 하루 종일 폐자전거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들에게는 시끄러운 소리일 수 있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희망을 되찾아 주는 소리다.
두바퀴 희망 자전거는 특이한 회사다. 이 곳에서 일 하는 사람과 하는 일 모두 독특하다. 이 업체는 사람들이 망가져서 버린 자전거를 수거해 말끔하게 수리한 뒤 중고 자전거로 판매한다. 이 일을 하는 8명의 직원들은 한 때 오갈 데 없어 거리를 떠돌던 노숙자들이다.
이 업체가 처음 설립된 것은 지난해 2월. 대한성공회유지재단에서 기획을 하고 SK의 도움과 용산구로부터 부지를 지원받아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 곳에서 함께 일하는 이정규 사회복지사는 "노숙인 특별자활 사업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폐자전거 재활용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사회적 기업으로 특화시켰다"고 말했다.
폐자전거의 재활용 작업은 모두 노숙자들이었던 직원들이 담당한다. 이를 위해 이들은 노숙자 재활센터 등에서 자전거 수리 방법 등을 배웠다. 이 복지사는 "수리를 맡은 직원들은 자전거 전문점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다"며 "제동장치 등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을 완전 새 것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부했다.
이렇게 수리한 자전거는 용산 공장이나 SK 행사 등을 통해 판매한다. 이달 중 홈페이지가 개설되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상태에 따라 5만~10만원이다. 이 복지사는 "10만원 정도면 새 자전거나 다름없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판매한 자전거에 이상이 발생하면 다시 고쳐주는 등 사후 관리(AS)도 해준다.
때로는 트럭을 빌려 이동수리를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자전거 수리점이나 판매점이 없어서 아쉬움을 느끼던 동네 주민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는다. 덤으로 뜻하지 않게 재활용 자전거가 팔리는 수확을 얻기도 한다.
판매량은 일정하지 않다. 비교적 자전거를 많이 타는 여름철에 많이 팔리고,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판매량이 뚝 떨어진다. 이 복지사는 "하루에 10대를 판매한 적도 있다"며 "많이 팔리면 한 달에 100대를 훌쩍 넘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수익이 일정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사회적 기업은 목적이 어찌됐든 기업 형태를 갖추다 보니 이익을 내야 한다. 2년차 기업인 두바퀴 희망 자전거는 이제 겨우 본전을 맞추는 수준이다. 이 복지사는 "직원들 월급주고 회사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다행히 서울형 사회적기업이어서 인건비의 60%를 서울시에서 지원받고 SK의 후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노숙자들의 자활 의지다. 한 때 삶의 희망을 놓았던 노숙자들이 월 95만원을 받아 세금 떼고 90만원 남짓한 돈으로 방세를 내고 저축도 한다. 또 매일 출ㆍ퇴근부에 기록하며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다. 그들 스스로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SK그룹의 행복나눔재단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SK는 두바퀴 희망 자전거에서 만드는 재활용 자전거에 바이사이클이라는 상표도 지어주고, 경영 자문도 해줬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SK에서 두바퀴 희망 자전거의 재활용 자전거 400대를 대당 5만원에 구입해서 서울시 취약계층에게 무상으로 기증할 예정이다.
SK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관심이 남다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에 두바퀴 희망 자전거 공장을 직접 방문해 함께 자전거 수리를 하기도 했다. 자전거 수리를 처음 해본 최 회장은 힘겨워 하면서도 그룹 직원들에게 "단순 금전 기부는 1회로 끝날 뿐"이라며 "사회 공헌 활동도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사회적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행복나눔재단은 올해 초에 앞으로 3년 동안 사회적 기업 30개를 더 만들어서 4,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마련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500억원의 관련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3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며 "사회에 기여도가 큰 사회적 기업 발굴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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