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집행부 권한침해" 의회 "주민대표… 왜 못하나"월권인가 과민반응인가 논란 가열영주시의회, 재심의 요구 거부…대법원 제소 등 파문확산 불가피
경북도가 '지방의원이 보조금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법령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이를 따르지 않은 조례의 재심의를 시군에 요구, 지방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도는 "의회가 단체장 권한에 개입할 우려가 높다"며 관행을 바로잡기로 했으나 의회는 "주민 대표인 의원들이 보조금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시군이 재심의 요구한 조례안을 거부, 원안을 채택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도는 최근 영주시장과 구미시장에게 '영주시 도시가스 공급사업 보조금 지원조례'와 '구미시 지역아동센터 운영 및 지원 조례'에 대해 재심의를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보조금 지원위원회에 시의원을 위촉하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두 조례는 영주시의회와 구미시의회가 지난달 각각 발의, 제정한 것으로 10명 안팎의 보조금 지원위원회 위원 중 시의원 1명을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는 "지방의원을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해 보조금 지원 비율 등을 심의 의결하는 것은 단체장 권한에 개입할 수 있다"며 "의회와 집행부간 권한 분리 및 배분 원칙에 반하며 법령위반"이라며 재심의 요구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경북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21일 포항에서 모여 경북도의 재의요구가 부당하다며 시정촉구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의장협의회는 "경북도가 법령 위반의 사례로 인용한 대법원 판례는 '강남구의원이 주민자치센터 운영위원장이 되도록 의결한 것'으로 영주와 구미의 조례안과 완전히 달라 근거 제시가 잘못됐다"고 밝혔다.
또 '의원 직을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법에 의원이 직접 이해관계 있는 사항을 심의 의결할 때는 회피, 제척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경북도의 조치는 지방의원을 예비적 범죄자로 간주한 것으로 명예 실추는 물론 주민대표로 선출한 주민을 무시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영주시의회는 22일 본회의를 열고 영주시장이 경북도 요구로 재심의를 요구한 '도시가스 공급사업 보조금 지원조례안'을 거부하고 원안대로 재의결했다.
경북도는 '영주시의회가 원안대로 재의결할 경우 영주시장은 20일 이내 대법원에 제소 및 집행정지 결정 신청을 하라'고 지시,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시가스 공급사업 보조금 조례는 2010년 전북 정읍시와 전남 해남군, 2008년 구미시 2009년 칠곡군 등 시군의회가 조례를 제정하면서 지원위원으로 시군의원을 포함했다. 구미시의회가 통과시킨 지역아동센터 운영 및 지원조례의 경우 지난해 영주시장이 제출, 제정한 조례와 내용이 똑같다.
김명환 경북도 법제소송 담당은 "보조금 지원 규모나 대상자 선정 등은 집행부의 권한이고 시의회는 사후에 감사 등을 통해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며 "지자체와 의회는 각기 갖고 있는 고유의 영역과 권한을 침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