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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야권의 희망, 허망하지 않으려면

입력
2011.03.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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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권에는 두 가지 기복신앙이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 5년을 겪은 결과 국민들이 더 이상 보수정권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 내년 대선에서 다시 진보세력에 힘을 줄 것이라는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세력이 분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두 가지 전제가 맞아떨어진다면 야권의 집권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런 희망이 야권 연대의 당위성을 부각시켜 주고 동력의 밑천이 되고 있다.

사실 두 가지 전제가 어느 면에서는 맞다. 우선 보수세력의 분열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 보수세력이 한 번도 단일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1992년 대선 때 보수진영은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로 갈렸고 97년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로 분열됐다. 2002년에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나섰지만, 중도적 보수층을 대변하는 정몽준 후보가 선거 초반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연대, 보수표를 분열시켰다.

1987년에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보다는 구여권 세력과 야권세력,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더 강했지만, 그때도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와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후보는 비슷한 정치성향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했지만 그때도 자유선진당 이회창 후보가 보수원조를 내걸고 출마했다.

다섯 번의 대선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와 DJP연합을 했던 97년, 또 노무현-정몽준 연대가 이루어졌던 2002년 보수세력은 패배했다. 이를 토대로 야권에서는 "내년 대선에서도 보수세력은 친이와 친박으로 분열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가 연대만 이뤄낸다면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허망한 얘기다. 왜냐하면 보수세력의 분열에 따른 패배는 신의 조화처럼 여러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졌을 때만 나타났기 때문이다. 97년 DJ가 당선됐을 때도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인제 후보가 얻은 표가 무려 492만 표였다. 더욱이 당시는 외환위기로 민심이 보수세력을 떠나 있을 때였다. 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국민 감정을 악화시켰다. 이런 악재들이 동시에 터졌지만, 표 차이는 겨우 39만557표에 불과했다. 득표율 차로는 1.5%였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다 이회창 후보의 호화빌라 사건, 며느리의 원정 출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보수표는 응집되지 못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던 부산과 경남에서 노 후보가 각각 29%, 26% 득표를 하면서 이 후보의 표를 잠식했다. 그런 유리한 구도 속에서도 차이는 57만 표, 2.3%에 그쳤다.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후보, 노무현이라는 혜성 같은 바람에다 보수세력의 분열이 겹쳐져 나타난 결과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야권에는 국민의 강고한 지지를 받는 거물도 없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인물도 없다. 따라서 보수가 분열해도 야권이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

또 한가지 희망, 즉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염증'이 진보개혁 세력으로의 정권교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가설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다. 현 상황대로라면 국민들은 세력의 교체보다는 사람의 교체를 택할 가능성이 많다. 현 정권에 등을 돌린 보수적 중도세력들이 그 대안으로 야권보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압도적인 여론조사 우위가 그걸 잘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말로만 연대를 외칠 뿐 헌신이나 양보는 없다. 김해을 재보선의 후보 단일화 논의조차 지지부진하다. 그 과정에서 야권의 대표적 인물들은 협량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야권의 두 가지 희망은 정말로 허망할 뿐이다.

이영성 편집국 부국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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