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장 사퇴 잡음을 자초한 정운찬 전 총리의 처신과 언행은 분명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자리를 맡았으면 내부에서 자신의 역량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응석부리고 보채듯이'제기한 방식이 우선 개운찮고, 분당 을 보궐선거 출마 문제도 일찌감치 딱 부러지게 정리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동반성장 정책은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 전 총리의 태도와 자질도 문제이지만, 정부의 의지에 근본적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대기업ㆍ중소기업ㆍ학계 인사 25명으로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처음부터 위상과 성격 문제로 말이 많았다.'9ㆍ29 청와대 동반성장 협약'에 따라 발족된 기구이지만 정부와 대기업은 재원과 인력을 지원하기는커녕 밥그릇을 훔쳐가는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기색이 뚜렷했다. 출범 두 달여가 지난 2월에야 전경련 기금과 정부 출연 등 연 40억원 안팎의 재원을 마련하고, 최근 정 위원장이 기존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을 겸임토록 한 정도가 고작이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말 취임사에서 "시민기업가 정신으로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의 길을 여는 쇄빙선이 되겠다"며 21세기의 기회와 위험을 넘어서는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를 뿌리내리겠다고 밝혔다. 그 첫 작품은 2월 말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작성의 기준이다. 전기ㆍ전자ㆍ기계ㆍ자동차ㆍ조선ㆍ건설 등 6개 분야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정거래 협약의 이행도를 점검하고 중소기업의 체감도를 평가해 성적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열악한 여건에도 이렇게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정 위원장 본인의 의지와 동반성장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결합된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 위원장은 자초한 '초과이익공유제'논란을 매끄럽게 정리하는 대신 정부와 청와대의 특정 인사를 탓하며 사퇴 및 번복 소동을 벌여 큰 실망을 안겼다. 근본적으로'뭐가 되고 싶은'그의 정치적 성향 탓이지만 앞으로 몇 고비나 더 넘어야 할 동반성장 사업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책임하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자리에 앉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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