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준은 가계부채였다. 정부가 22일 전격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원상회복을 선언한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더 크게 봤다는 의미. 달리 말하면 DTI 규제를 되살리더라도 최소한의 주택거래는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얘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종합대책 발표 자리에서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가계가 지고 있는 부채규모는 795조원. 지금은 800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것이 확실시된다.
만약 DTI 완화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는 결국 "빚을 더 내 집을 사라"는 의미. 가뜩이나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채 증가를 용인하기에는 정부로서도 부담이 컸던 셈이다.
한편에는 DTI를 되돌리더라도 주택거래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실제 지난 6개월간 DTI 완화를 시행했지만 은행권이 DTI를 적용하지 않고 대출한 금액은 전체의 6% 수준에 그칠 정도로 규제완화 효과가 크지 않았던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DTI 규제를 완화해도 대출이나 주택거래가 별로 늘지 않았던 만큼, 규제를 되돌려도 대출이나 주택거래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동안 원상회복에 미온적이었던 국토해양부(박상우 주택토지실장) 역시 "작년엔 거래 활성화를 위해 DTI 완화를 택했으나 이번엔 거래세 감면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내세운 것"이라고 거들었다. 9억원 이하 1주택자의 취득세율을 2%에서 1%로 인하하고, 9억원 초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취득세율도 법정 세율(4%)의 절반인 2%로 낮추는 반대급부를 준 만큼 오히려 거래 활성화도 기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득세율 1%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정책의지가 목표대로 실현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매매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은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사회적 요인과 부동산 가격 대세하락론이 큰 요인이므로 이번 같은 미시적 조정으로는 매매심리를 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취득세 인하,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어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되는 사안인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부 조치로 자칫 매매가격이 다시 하락하면 전세난을 부추길 것이란 시각도 있다. 권오열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주택거래 부진은 전세 대기수요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수도권의 심각한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 일각에선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실현되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려 매매는 물론, 전세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상우 국토부 실장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거래세 인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부동산거래 적정 수준은 충분히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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