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학력 위조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씨가 22일 자전에세이 (사월의책 발행)을 펴내면서 사건 당시 알려진 내용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신씨는 특히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일부 유명 인사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신씨는 책에서 2005년 동국대 교수 임용 전 서울대 교수직 제의를 먼저 받았으나 이를 스스로 거절했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당시 서울대 총장이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교수직 제의를 빌미로 사적 만남을 지속적으로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서울대 미술관장을 선발하기 위해 추천을 받아서 신씨를 만난 적은 있으나 교수직과 관장직을 제의한 적은 없다고 밝혀 왔다.
신씨는 “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며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 대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늦은 시간까지 정 총장과 술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남들이 오해할까 봐 고민 끝에 교수직 제의를 거절했다는 신씨는 “(정 총장이) 아예 대놓고 나를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며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의 측근은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며 “책을 팔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을 세게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직접 도움을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외할머니 소개로 만난 후 노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때마다 크고 작은 코멘트를 들으려 했고, ‘웨스트 윙’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보라고 권유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신씨는 책에서 어머니가 혼외정사로 생긴 숨겨진 딸이었다는 가족사도 털어놓았는데 외할머니가 ‘신여성’으로 불린 여성 지식인이었고 외할아버지는 재야 운동을 한 분이었으나 외할머니 집안의 반대로 맺어지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신씨는 노 대통령에게 자신을 소개시켜 준 외할머니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신씨는 이와 함께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부딪힌 기자들에 대한 소회에도 상당량을 할애했다. 특히 1999년 조선일보 미술담당 C 기자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했다. C 기자가 바에서 춤을 추자고 조른 뒤 몸을 더듬고, 택시를 탄 뒤에는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워 화를 내며 택시에서 내렸다는 것이다.
신씨는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와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최소한의 이야기만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님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욕되게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며 “인간적으로 신뢰해 준 분들까지 배후라고 제기됐는데 그런 식이면 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에 대해서는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논문 대필로 브로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내가 직접 학위를 위조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책은 또 변 전 실장과 연인 관계가 된 과정도 상세히 담았다.
책 제목인 은 신씨의 수인번호. 그는 “이제 4001번과 헤어지고 또 다른 신정아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씨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7년 10월 구속기소된 뒤 1,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으며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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