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뒤를 이을 티베트 망명 정부의 지도자로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롭상 상가이(43ㆍ사진)가 떠오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2일 13개국에 사는 8만3,000여명의 망명 티베트인을 대상으로 티베트 역사상 최초로 실시되는 직접 총리 선거에서 롭상 상가이가 유력한 후보로 주목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일 시작된 총리 선거는 다음달 27일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50여 년간 정치ㆍ종교 최고지도자로 티베트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달라이 라마는 지난 10일 정치적 은퇴를 선언했다. 때문에 새로 선출될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실질적인 최고 정치지도자 역할을 맡게 된다.
총리 후보는 롭상 상가이, 텐진 테통, 타시 왕디. 3명 모두 승려가 아닌 학자출신의 정치인이다. 롭상 상가이는 지난해 실시된 1차 총리선거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렸다.
그는 중국의 티베트 점령 이후 북인도 다즐링에서 태어나 미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티베트에는 가본 적이 없고, 망명 정부 내에서도 일한 경험이 없다. 따라서 그가 선출된다 해도 과연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 거주 600만명의 티베트인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아 정치적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롭상 상가이는 달라이 라마의 은퇴를 놓고 “더 이상 정신적 지도자나 국왕이 통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강조하고 있다. 환추시보는 “롭상 상가이가 하버드대 자금지원으로 인도와 네팔 등의 티베트인 거주지역을 방문하며 입지를 다졌다”며 “미국정부와 밀접한 관계”라고 지적했다. 그가 총리로 뽑힐 경우 티베트 망명정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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