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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과속, 소비자 혼미/ "따라 오든지 말든지…" 너무 앞서 뛰는 IT 기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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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과속, 소비자 혼미/ "따라 오든지 말든지…" 너무 앞서 뛰는 IT 기기들

입력
2011.03.2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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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박진아(28)씨는 최근 광고를 보고 3차원(3D) TV 구매를 위해 대형 전자 상가를 찾았다가 빈 손으로 돌아왔다. 매장 점원들은 하나 같이 최신 성능의 3차원(3D) TV를 열심히 권했지만, 효용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 그는 "3D TV의 성능은 좋은 것 같았지만, 가격만 비싸고 이용할 일이 별로 없어 보였다"며 "아무래도 다른 제품을 찾아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회사원 김나래(28)씨는 이달 생일을 맞은 동생 선물로 TV와 연결해 3D 콘텐츠 구현이 가능한 최신의 듀얼코어 스마트폰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가 마음을 바꿨다. 이 제품을 미리 구매했던 친구로부터 "비싼 돈을 주고 샀더니만, 막상 이용할 만한 아이템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생과 상의 끝에 일반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로 했다.

최첨단 성능을 앞세운 디지털 기기에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각종 정보통신(IT)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고가의 IT제품에 걸맞게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최신 디지털 전자제품들이 실용성은 떨어지면서 가격만 높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권을 놓고 혈전 중인 3D TV는 소비자들에게 혼돈을 일으키는 대표 상품. 실제 시중 전자매장에선 양 사 모두 자사의 영상 구현방식이 우수하다는 기술적 측면만 강조할 뿐, 가장 중요한 콘텐츠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를 꺼리는 이유다.

만족도가 떨어지기는 이미 3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회사원 윤정은(30)씨는 "얼마 전에 몇 백 만원을 주고 3D TV를 샀지만, 볼거리를 찾다가 지쳤다"며 "솔직히 아직까지 한 번도 3D 영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선 매장 역시 3D TV 판매가 부담스럽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7년째 가전매장을 운영 중인 K사장은 "콘텐츠도 없는 3D TV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권하기가 어렵다"며 "솔직히 지난 1년 동안 3D TV는 4대 밖에 못 팔았다"고 전했다. 현재 시중 3D TV 판매 가격(출고가 기준)은 일반 액정화면(LCD) TV에 비해 약 40% 높은 가격대에 팔리고 있다.

최근 선보인 LG전자 '옵티머스 2X'도 비슷한 처지다. 하나의 중앙처리장치(CPU)에 두 개의 연산장치(코어)를 포함시켜 90만원대 고가의 듀얼코어 스마트폰으로 나온 이 제품은 일반 스마트폰 보다 성능이 월등하다. 인터넷 검색(웹 브라우징)은 최대 2배, 응용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구동은 최대 5배나 빠르다. 하지만 이 능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만한 애플리케이션이 아직은 부족한 상태다. 조만간 출시될 듀얼코어를 탑재해 나올 모토로라 '아트릭스'와 삼성전자 '갤럭시2'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기술만 앞서다가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는 많다. 고화소폰 경쟁을 벌이던 2006년 당시 업계 최초로 선보인 삼성전자의 1,000만 화소폰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한국소비자원의 백병성 정책개발팀장은 "최근 출시되고 있는 디지털 기기들의 성능이 현실 시장 상황보다 크게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눈높이 수준과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제품이 아니면,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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