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관과 금동 허리띠 등 최고 지배층의 유물이 묻힌 대형 신라 고분이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서 발굴됐다.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기관인 세종문화재연구원(원장 김창억)은 풍기_단산 간 지방도 확ㆍ포장 공사 구간인 순흥면 태장리 216의 2 일대에서 삼국시대 석실묘 4기를 확인했으며, 이중 가장 규모가 큰 1호분에서 출(出)자형 금동관 파편을 비롯해 금동 허리띠 파편, 금동 귀걸이 등을 수습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출자형 금동관 등 유물 대부분은 도굴이 심해 파편 형태로 나왔다.
1호분은 무덤 안에 돌로 방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하고 흙으로 덮은 석실묘로 석실 서쪽에 외부로 통하는 문이 나 있다. 석실 규모는 길이 8.7m, 너비 2.1~2.3m, 높이 1.4~1.8m로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확인된 고분 중 가장 크다. 석실을 덮은 돌뚜껑 4개 중 가장 큰 것은 무게가 13.2톤이나 되며, 훼손되거나 쓸려 나가고 남은 봉분 지름은 14~15m에 이른다. 나머지 세 무덤은 석실 길이 2.9m~4m로 1호분보다 훨씬 작다.
조사단은 “1호분은 석실 구조와 출토 유물로 볼 때 6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무덤 규모와 출토 유물로 볼 때 피장자는 당시 순흥 지역에서 가장 높은 우두머리급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1호분에서는 말의 엉덩이를 치장하는 마구도 여럿 나왔는데 하트나 나뭇잎, 물고기 꼬리 모양의 얇은 철판을 금 도금하거나 테두리에 은못을 박아 꾸민 것들이다. 이밖에 쇠칼 쇠낫 방추차 토기 등이 나왔다.
진성섭 세종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출자형 금동관은 대부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시의 왕릉이나 왕족급 무덤에서 나오는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드물다”며 “금동관과 함께 나온 금동 허리띠 장식, 은못을 박거나 금 도금한 화려한 말 장식도 피장자가 최고 수장층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1호분은 석실 내부에 돌로 칸이 구분돼 있어 처음 1명을 묻고 나중에 4, 5명을 더 묻은 추가장 무덤으로 드러났다. 진 실장은 “이번에 발굴된 유물들은 시신을 놓는 시상 위에서 나온 것인데 시상 아래를 발굴하면 중요한 유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무덤에 나란히 묻힌 사람들의 관계는 인골이 나오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지만 가족일 수도 있고 순장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순흥면 일대는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으로 신라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고구려로 진군할 때 최단 경로인 죽령을 넘어가는 최전방이었다. 한때 고구려 땅이었다. 이번에 발굴한 태장리 고분군 외에 읍내리 내죽리 등 순흥면 곳곳에 삼국시대 고분군이 많은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1호분이 조성된 시기로 추정되는 6세기는 고구려와 신라 사이에 한창 긴장이 높아지던 때였다.
세종문화재연구원은 “이번 발굴은 신라의 변경으로서 순흥의 지리적 전략적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당시 신라의 지방 진출과 지배 방식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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