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의 공습에도 카다피군과 반카다피 시민군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군의 임시정부 수립과 최대부족 와르팔라의 움직임이 리비아 앞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군을 대표하는 국가위원회는 마흐무드 지브릴(59) 전 국가계획위원회 대표를 총리로 선임한 데 이어 23일(현지시간) 재무상업위원장(재무부장관에 해당)에 알리 타로니(60) 미 워싱턴대 교수를 지명하는 등 임시정부의 진용 갖추기에 나섰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유학하고 강의했던 지브릴 총리와 마찬가지로 타로니도 미국통으로 꼽히는 인물. 지브릴 총리는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개혁적 마인드의 소유자에 미국적 시각을 가진 진지한 협상 대상자"라고 묘사됐다.
의회에 해당하는 국가위원회에 이어 행정기능을 맡은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리비아가 동서 2개의 국가로 나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서구 인물들이 이끄는 임시정부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내전이 장기화할 경우 사실상 동부를 관할하는 독립 정부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브릴 총리는 국가위원회의 비상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10일 파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국가위원회를 리비아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기관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올렸다. 리비아는 다른 중동국가와 달리 알카에다 등 극단적 이슬람 세력의 비중이 낮아 종교적 갈등으로 임시정부가 좌초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반면 리비아 700만 인구 중 100만명이 속해 최대 부족으로 꼽히는 와르팔라의 움직임은 또 다른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 와르팔라 부족이 "리비아가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시민군과의 중재를 위해 리비아 서부에서 벵가지까지 평화적인 녹색행진을 벌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와르팔라 부족의 본거지는 수도 트리폴리 동남쪽 150㎞에 위치한 바니 왈리드이지만 리비아 전역에 산재한 부족이어서 중재 역할에 적합한 입장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와르팔라의 평화행진은 연합군이나 시민군의 군사적 대응을 상당히 제약할 것으로 분석된다.
내전 초기 시민군 편을 자청했던 와르팔라 부족은 카다피 측의 회유책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와르팔라 부족장들이 트리폴리에서 화려한 보석 등으로 치장한 채 카다피 측의 관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가디언은 "카다피 측이 연합군의 군사작전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시민군 편에 있던 부족까지 동원했다"며 "다른 부족들의 정치적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