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네 명의 남자를 하나하나 들어올려 구석으로 팽개친다. 흐느끼는 이들을 배경으로 검은 옷의 남자는 작품 소개를 시작한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이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작품은….” 이어 강한 비트의 음악 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남자들은 다시 일어나고 상황은 반전된다. 남자들이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구석에 처박고 옷을 벗긴다.
#. 투명한 직육면체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다.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남자는 한쪽 면을 열면 간단히 밖으로 나올 수 있음을 보여 주며 그를 조롱한다. 어수룩한 남자는 곧 느릿한 충청도 민요를 배경으로 밖으로 나온다. 양복 입은 남자는 그 남자의 머리에 쓰레기통을 씌우고 다시 놀린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반전된다. 쓰레기통을 벗어 버린 남자는 양복 입은 남자의 머리에 쓰레기통을 씌우고 조롱한다. 양복 입은 남자는 꼼짝 못하고 발버둥친다.
1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밀물아트센터 M극장(지하 150석)에서 열린 ‘떠오르는 안무가전’에서 선보인 정석순씨 안무 ‘For You 3.0’과 박정한씨 안무 ‘충청도라 그런가벼~’의 공연 장면이다. 이 작품들은 규정짓기 좋아하는 세상에 대한 젊은이의 저항을 표현한 서사 구조가 비슷하다. 억압에 대한 유쾌한 반전을 꿈꾸는 게 읽힌다.
좁은 무대에 모여든 관객은 젊은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흥건한 땀 냄새를 가까이서 느끼며 열광한다. 보잘것없는 작은 지하극장이지만 이들의 몸짓은 물 만난 고기 같다. 마땅한 무대를 찾지 못했던 무용수들의 창작 춤 50개가 연속 공연되는 M극장 개관 5주년 기획공연 ‘떠오르는 안무가전’ ‘춤과 의식전’ ‘신진안무가NEXT’는 6월 9일까지 계속된다. (02)578_6812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