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의 단편처럼 삶은 어느 순간의 예리한 단면을 통해 진실을 말한다. 국립극단이 최근 새로 마련한 서울 용산구 서계동의 열린공간 내 소극장 판에서 연작 단막극 무대 ‘새 판에서 다시 놀다’를 개관 기념 공연으로 갖는다. 어두웠던 1960, 70년대의 정치적 현실을 뚫고 연극이라는 발성기관을 통해 토했던 진실을 음미할 기회다. 시대를 잘못 만나 단명에 그쳐야 했던 세 작품을 국립극단은 ‘진실의 용기’라는 주제어로 묶었다.
무대를 여는 작품은 이강백씨의 ‘파수꾼’. 거짓으로 이리떼가 왔다며 사람들에게 외치는 파수꾼이 질서를 유지시키고 단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집단 체제의 허구성을 공격한 이 작품은 유신 시대인 74년 발표됐으나 일반 상연은 1년 뒤에 이뤄졌다. 원작자는 “대학서 초연 당시 촌장에 설득돼 침묵하고 마는 파수꾼의 비겁한 태도에 관객들을 울분으로 가득한 고함을 질렀다”며 “이번 무대에서 객석의 반응이 참으로 궁금하다”고 말했다. 강재훈씨 연출, 이영석 전국향 등 출연.
‘흰둥이의 방문’은 70년의 작품. 소시민의 집에 개 한 마리가 나타나 신세 한탄을 하고 돌아갔는데 누군가에 의해 맞아 죽는다는 내용이다. 당시 10년째 계속되고 있던 강압 통치에 대한 풍자다. 박조열씨 작, 김한내씨 연출, 김승연 장희정 등 출연. 수양대군과 사육신 간의 목숨을 건 대립을 그린 ‘전하’는 보수와 진보, 명분과 실리 등 역사를 추동하는 정치적 힘을 무대화해 낸다. 신명순씨 작, 김종철 박종보 등 출연.
3편을 연속 상연, 단막극의 압축미를 체감케 할 이번 무대는 22~30일 열린다. (02)3279_2233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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