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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58) 당신의 핸드폰 단축번호 1번은 보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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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58) 당신의 핸드폰 단축번호 1번은 보나마나…

입력
2011.03.2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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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왜 해야 하나

거대한 폐허 앞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기도 밖에는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 뿐 아니겠지요.

문득 가족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내가 차려준 소박한 밥상이 고맙고, 시끄럽기만 하던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쓰나미는 많은 것을 휩쓸고 갔지만 한편으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발견케 해줬습니다. 남의 불행을 보며 나의 행복을 새삼 절감하는 것,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인가 봅니다.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재난이 닥쳐 몇 분 밖에 살 수 없게 된다면 누구에게 전화를 하겠습니까” 혹은 “당신의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은 누구입니까?”라고요.

10대 때 재난을 당했다면 부모, 20대라면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오를테지요. 30, 40대는 가족을 가슴에 품을 것입니다. 50, 60대와 그 이상의 세대도 예외는 아니지요. 딱 1통의 전화가 허락됐을 때 찾게 되는 이는 대부분 가족이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명백해집니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헤어집니다. 하지만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는 죽을 때까지 지속됩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함께 할 그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결혼인 것 같습니다.

일본의 참상을 지켜보며 10여 년 전 제가 중매한 한·일 커플이 떠올랐습니다. 경찰관이던 일본 남성은 근무 중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됐습니다.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고 애인에게 통보했습니다.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지요. 하지만 그녀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으로 달려왔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했고, 남편은 열심히 재활을 해서 정상인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부부는 작은 우동집을 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결혼, 참 멋지지 않습니까

이런 것이 결혼 아닐까요? 아무리 조건이 좋은 사람과 부부로 맺어져도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얻으려고만 하면 이상하게도 결핍감이 더 강해집니다. 거꾸로, 나누려고 들면 더욱 충만해지고요.

오랜 세월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 사업가가 어느 날 농담반 진담반으로 “중매를 서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시절 좋을 때는 가만있다가 시들어 가니까 그런 말을 하느냐”고 했더니 즉각 그렇다고 인정했습니다.

자신이 죽고 나면 누가 기억하고 슬퍼해줄까? 어릴 때라면 부모와 형제가 있지만, 부모는 돌아가시고 형제들도 결혼을 하고 하니 자기 옆에는 아무도 없더라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면 그 자리에 배우자와 자식이 있으니까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인데, 자신감 넘치고 만날 사람들이 많은 인생의 절정기에는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 힘이 없어지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만나고 싶어도 사람이 없습니다. 인생의 아이러니지요.

미국의 어느 주에서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 이혼사유가 된다고 합니다. 황당하다는 생각에 앞서 나름대로 그런 법의 취지를 추측해보니 미소가 지어지네요. “사랑하지 않을 거면서 왜 결혼을 해? 그러니 이혼 당해도 싸지.”

결혼은 마음껏 사랑할 권리를 갖는 것, 나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가족의 것이기도 하므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결코 외롭지 않은 것입니다. 아름답고 숭고한 인간의 도리이자 권리와 의무인 것, 바로 결혼입니다.

■ 남녀본색

미혼남녀가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으로 저장한 사람은 누구일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20~40대 미혼남성 192명, 미혼여성 19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에 저장한 사람을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미혼남성은 ‘단축번호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3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28.6%)>어머니(10.4%)>아버지(9.9%)>애인(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혼여성은 ‘단축번호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31.8%로 역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집(27.1%)>어머니(26.6%)>친구(4.2%)>기타(3.6%)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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