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쟁력 보고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은행 판세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등 5대 은행들은 현재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거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선두주자와 후발주자의 간극은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
일단 글로벌 위기 이전만해도 은행 판도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의 4강 구도. 그 중에서도 '거함' 국민과 '실속' 신한이 좀 더 돋보였다. 금융위기 와중에 가장 약진한 곳은 기업은행. 다른 은행들이 움츠린 사이 중소기업 대출자산을 대폭 늘리면서, 단숨에 국내 은행판도를 4강 구도에서 5강구도 바꿔 놓았다.
또 하나의 반전드라마는 하나은행이 썼다. 국민 우리 신한 등 선두주자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기업은행으로부터는 턱밑까지 추격을 받는 상황이 됐지만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역전 홈런을 날렸다. 아직 인수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은행은 단번에 4강 탈락 위험을 벗어나, 최정상의 자리를 노크하게 됐다.
대신 국민 우리 신한 등은 이제 추격을 받는 위치가 됐다. 특히 국민은행은 규모와 네트워크 면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리딩 뱅크'의 명성이 흔들리는 상황. 하지만 국민은행측은 인원감축과 카드분사, 대기업영업확대 등 '워밍업'이 끝난 만큼,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외형과 수익 두 마리 토끼몰이에 성공한 모습. 하지만 민영화(우리), 새 리더십 안착(신한)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는데다, 타 은행들의 추격이 워낙 거세 수성(守城)을 낙관하기는 힘든 양상이다. 5강이 언제라도 3강, 4강이 될 수 있고, 탈락자도 속출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전략담당 임원은 "내년에 거대 농협은행까지 출범하면 은행권 경쟁구도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해질 수 있다"며 "이제 진짜 경쟁력 싸움이 벌이질 것이고 순간 방심하는 은행은 곧바로 탈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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