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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복싱 우승, 너무 부풀려져 쑥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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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복싱 우승, 너무 부풀려져 쑥스러워요"

입력
2011.03.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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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험한 상견례'서 첫 주연 이시영4년간 오디션 낙방 끝에 2008년 '늦깎이 데뷔'"경력 일천하니 감수해야… 할 수 있는 것 열심히 할뿐"

배우에겐 미안하지만 영화 개봉보다 복싱 우승에 더 관심이 갔다. 가녀린 여배우가 사각의 정글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복싱 선수로 뛴 배우는 할리우드의 미키 루크 정도밖에 없지 않은가. 세계의 여심을 울리다 복싱으로 무너져 내린 왕년의 미남 얼굴이 떠오르면서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얼굴이 생명인 배우가… 더군다나 여배우가…

21일 오전 서울 낙원동 한 호텔에서 이시영을 만났다. 31일 개봉하는 그의 첫 주연영화 '위험한 상견례'의 인터뷰를 빙자한 자리였다. 키는 얼마나 될까, 얼굴엔 멍이 없을까, 근육은 또… 운동선수에게나 갔을 만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지자 호기심의 대상이 달라졌다. 그가 걸어온 연기 이력이 더 흥미로웠다. 복싱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시영은 만 스물 아홉이다. 2008년 케이블채널의 단막극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신드롬'으로 데뷔했다. 10대 때부터 연예계 문을 두드리는 여느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보기 드문 늦깎이다. 대학 전공도 의상디자인이었다. 대학 졸업 뒤에야 배우가 되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TV에 나오는 배우들의 화려한 모습이 마냥 좋았지만 '대학 졸업장이나 따고 마음대로 하라'는 부모님 반대에 부딪혀" 뒤늦게 연기에 뛰어들었다.

4년 동안 기획사에 들어가려고 수십 번 오디션을 봤고 매번 떨어졌다. 광고 오디션도 수없이 치렀다. "너무 늦었으니 배우 하지 마라. 결혼이나 해라"는 핀잔만 돌아왔다. 방송 출연은 엄두도 못 냈다. "스물 너 댓 살 땐 조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일 아니면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했다"고 그는 말했다.

2008년 오디션을 봐 겨우 출연하게 된 '도시괴담' 이후 행운이 뒤늦게 그를 찾았다. '도시괴담' 동영상을 CD로 구워 기획사에 냈고, 둥지를 얻었다. 2009년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 잔디(구혜선)를 위협하는 오민지 역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 해 영화 '홍길동의 후예'로 영화계에도 얼굴을 본격 알렸다.

"저뿐 아니라 다들 겪는 과정(무명시절)이잖아요. 기약된 미래가 다들 없잖아요. 물론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쌓아온 것이 많지 않고 연기 경력도 일천하니 연기 논란도 많을 듯해요. 제가 다 감수하고 나가야지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뿐이죠."

복싱 얘기를 꺼내자 그는 말수가 부쩍 줄었다. 지난 17일 일궈낸 전국 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48㎏급 우승에 대한 언급도 애써 피하려 했다. "이번에만 대회를 나간 게 아닌데 너무 관심들을 가져 아직 의아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운동이 좋아서 한 것뿐인데 창피하고 쑥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너무 칭찬을 받으니 복싱하시는 분들 마음이 많이 언짢으실 듯하다"는 걱정도 했다. "복싱을 한 기간에 비해 잘한다는 것이지 내 복싱 수준이 그리 높진 않기 때문"이라는 것.

이시영은 1년 전 드라마 출연 준비를 위해 복싱을 배웠다가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는 "너무 힘든 운동이라 처음엔 연습을 빼먹기도 했는데 '이런 것도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얼굴이 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보다 복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렬했다"고도 했다. 4년 넘게 고배를 마시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근성이 복싱에서도 발휘된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 여부를 묻자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위험한 상견례'의 흥행 성적이 좋았으면 하는 욕심뿐"이라고 밝혔다. 코미디영화 '위험한 상견례'에서 그는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광주 남자 현준(송새벽)과 결혼하려는 부산 여인 다홍을 연기한다.

밝고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그는 "당분간 로맨틱코미디 같은 밝은 영화의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로 인정 받고 다른 부분에 도전해야지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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