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정보산업고 시절 한 경기 30점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농구 명문' 중앙대는 최고선수들로 넘쳐났다. 2000년에 입학했을 때 4학년에 송영진(KT), 3학년에 김주성 손준영(이상 동부), 2학년에는 석명준(오리온스) 등이 있었다. 빈틈이 안 보였다.
갈 곳은 군대밖에 없었다. 농구를 그만두고 현역병으로 입대해서 25개월을 복무했다. 제대 후 우연한 기회에 다시 농구부를 노크했고 간신히 유니폼을 입었다. '잡초' 박상오(30ㆍKT)가 21일 발표된 2010~11시즌 프로농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박상오는 기자단 투표에서 78표 중 43표를 얻어 29표에 그친 문태종(전자랜드)을 따돌리고 영광을 안았다. 올해 성적은 54경기 전 경기 출전에 평균 14.9점에 5.1리바운드.
2007년 1월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상오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박상오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박상오조차 "아마도 평생 나올 기사가 올해 전부 쏟아진 것 같다"고 한다.
박상오의 '늦깎이 성공 스토리'는 지난 2009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MVP에 오른 김상현(31ㆍKIA)과 비슷하다. 2000년 KIA 전신 해태에 입단한 김상현은 2002년 LG로 트레이드됐다가 군 제대 후 2009년 친정으로 돌아왔고, 그해 팀 우승을 이끌며 MVP에 등극했다. 수상 직후 김상현은 "2군 선수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갖기 바란다"며 울먹였다.
평생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큰 상을 받았지만 박상오는 '촌놈'이라는 별명답게 무덤덤하기만 했다. 그래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수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군 제대 후 서너 살 어린 후배들과 함께 (동기로) 지냈는데 그때 잘 버텼던 것 같아요. 잘 버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농구를 다시 하게 해주신 강정수 전 중앙대 감독님께 감사 드립니다."
지난해 결혼한 아내 김지나씨와 함께 참석한 박상오는 "작년에 중앙대 3년 후배 함지훈이 MVP를 받을 때 참 많이 부러웠다"며 "시즌 막판에는 여러 부담감 때문에 한 번 잠들면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어려웠다. 작년에는 챔프전에 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꼭 챔프전에 가서 통합우승을 이루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2003년 창단 이후 KT의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전창진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자 통산 5회 수상으로 프로농구 최다 기록이다. 우수후보선수상은 이현호(전자랜드), 기량발전상은 김동욱(삼성), 외국인선수상은 허버트 힐(전자랜드), 신인상은 박찬희(인삼공사)가 받았다. 또 베스트 5에는 양동근(모비스) 조성민(KTㆍ이상 가드) 박상오 문태종(이상 포워드) 하승진(KCCㆍ센터)이 선정됐다.
시상식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모두 마친 프로농구는 오는 25일 동부-LG(원주)전을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의 막을 올린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6개 팀 감독들은 "플레이오프는 또 다를 것"이라며 저마다 우승을 장담했다.
●박상오는
▲생년월일: 1981년 3월24일
▲신체조건: 196㎝ 103㎏
▲혈액형: B형
▲가족관계: 아내 김지나씨(2010년 7월 결혼)
▲포지션: 포워드
▲출신교: 봉천초-광신중-광신정산고-중앙대
▲입단: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
▲연봉: 1억6,000만원
▲병역: 육군 병장 제대
▲별명: 촌놈, 지게꾼, 돌쇠, 스파르타쿠스(검투사)
▲수상경력: 2010~11시즌 MVP
▲2010~11시즌 성적: 54경기 출전, 14.9점 5.1리바운드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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