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기 양형위원회가 21일 전체회의를 통해 살인 등 주요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확정했다. 새 기준은 다음달 관보에 게재되는 즉시 시행된다. 이번 양형기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유기징역 상한을 50년으로 높인 개정형법에 따라 살인범죄의 권고형량을 크게 높인 것과, 최근 사회문제가 된 아동 납치 및 유괴범죄에 대해서도 여러 정황에 따라 형량을 가중하도록 한 것이다. 또 조직적 사기,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ㆍ보건범죄의 형량도 높이되, 마약범죄의 효율적 수사를 위해 협조 수준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은 징역 22~27년을 최저 형량으로 하되 수법의 잔혹성 등 가중요소가 있으면 최하 25년 이상 최고 사형으로 엄중 처벌하게 된다. 학교 등 교육시설 안팎에서 일어난 아동 대상 범죄의 경우 인명피해가 없더라도 최고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 성폭행 살인 등 흉악범죄가 자주 발생하는데도 선고형량이 사회 일반의 인식수준과 너무 차이가 크고 범죄예방 효과도 거두기 힘들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과다.
물론 무조건적인 중형(重刑)주의가 범죄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강력한 처벌이 범의를 위축시키는 위하(威嚇) 효과를 내기보다는, 체포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리어 범죄의 잔혹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흉악범들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함으로써 재범의 위험을 다소나마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형사법학회에 제출된 논문에 따르면 15년 이상 복역자들에게서는 재범률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효과적인 형량의 적정 기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처벌 강화가 필요하지만, 범죄자들이 충분한 재사회화 과정을 거치기 전에 사회로 풀려나가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석방기준 강화나 교도소 내 교육프로그램 개선 등이 여러 전문가들이 당장 제시하는 방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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