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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스캔들' H 전영사 한국일보와 최초 인터뷰/ "덩신밍, 스파이도 브로커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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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스캔들' H 전영사 한국일보와 최초 인터뷰/ "덩신밍, 스파이도 브로커도 아니다"

입력
2011.03.2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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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의 핵심 당사자인 전 상하이총영사관 소속 법무부 파견 H 영사는 23일 "덩신밍(鄧新明)씨는 스파이도 아니고, 브로커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H 전 영사는 이날 기자에게 보내온 이메일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 사건의 실체와 관련해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던 H 전 영사가 자신과 덩씨의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25일 정부 합동조사단의 상하이 스캔들 진상조사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H 전 영사는 이메일에서 "언론에서는 제가 마치 덩씨가 사귀었던 많은 남자 중 1명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저와 덩씨는 지난 2001년부터 사귀어왔고 두 사람은 각자가 처한 상황 때문에 한국에서 결혼을 하지 못하였으나 지난 10년 간 변치 않고 사랑을 지켜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정사에 관한 일이라는 점을 밝힌다"면서 일각의 스파이 의혹 및 치정관계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덩씨는 저 외에 어느 다른 남성과도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그런 오해를 받는다면 이는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사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이 개인의 가정사 문제임에도 추문으로 비화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덩씨가 한국인 남성 J씨와 혼인상태였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J씨는 다른 이유 때문에 덩씨와 계약결혼을 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덩신밍씨와 J씨 두 사람은) 혼인 의사는 물론 혼인생활의 외관도 전혀 없었다. 저도 계약결혼에 동의했고, J씨 또한 우리 관계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J씨는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될 수 있도록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H 전 영사는 "덩씨가 스파이라면 어떤 기밀을 훔쳤는지, 브로커라면 어떠한 민원을 해결해주고 얼마를 받았는지, 그리고 다른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면 그에 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임에도 오직 제보자의 주장만 믿고 확정되지도 않은 사실을 경쟁적으로 보도하여 덩신밍씨와 저의 명예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책임있는 당사자는 물론 관련된 언론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메일 교신 후 가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H 전 영사는 "덩씨는 2001~2003년 한국에 자주 드나들면서 투자를 많이 했는데, 당시는 투자비자 제도가 없어 결혼비자를 얻기 위해 J씨와 계약결혼을 한 것이었다"며 "덩씨는 국내에 수십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재력가였다"고 주장했다.

덩씨가 비자 등의 이권브로커였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도 그는 "상하이에서는 보증만 서주면 100% 비자가 나와 비자와 관련된 이권이 있을 수 없고, 덩씨도 비자 관련 사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파이설에 대해서는 "한국 영사관에는 기밀이라고 할 만한 내용 자체가 없었다"며 "이른바 여권 인사들의 연락처가 유출된 것도 덩씨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덩씨는 중국 공안과도 관련이 없다"면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덩씨는 (중국 공안에) 강제 구금당하거나 체포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덩씨의 실체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꺼리면서도 "부모님이 돈이 많았으며, 친척들 가운데 공무원이 많다"면서 일정 정도 배경이 있음을 시사했다.

H 전 영사는 "일부 언론에 내가 법무부 감찰조사에서 '덩씨와 전생의 인연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는 나를 정신병자로 몰고 가기 위해 누군가 지어낸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덩씨가 '상하이 교민 주거지역에 H 전 영사 부인과 K영사가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의 벽보를 붙였다는 설에 대해서도 "그 일로 나와 K 영사가 상하이에서 쫓겨났는데, 누가 그걸 가장 바라겠느냐"면서 덩씨의 남편 J씨를 지목했다. J씨가 사건을 왜곡시킨 것으로 보는 이유를 묻자 그는 "덩씨의 돈을 노리고 한 일"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H 전 영사의 주장은 이번 사건을 '스파이 사건'이 아닌 '단순 치정 사건에 의한 공직기강 해이'로 결론 맺을 것으로 알려진 합조단의 입장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 하지만 사건의 배후로 J씨를 지목하고, 덩씨를 일방적인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현재로선 H 전 영사의 주장 가운데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H 전 영사는 현재 상하이에서 덩씨와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그동안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J씨와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때문에 H 전 영사의 주장에 대한 J씨의 반론은 싣지 못했다. 하지만 J씨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인 덩씨와 원만한 결혼생활을 해오던 중 2006년 무렵부터 덩씨가 변하기 시작했고 덩씨가 국가 기밀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H 전 영사와 정반대의 입장을 밝혀왔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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