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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맞은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 "노동착취 여전한데 스펙만 따지는 청년들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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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맞은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 "노동착취 여전한데 스펙만 따지는 청년들 안타까워"

입력
2011.03.2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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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노동자들의 처지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연명해가는 2011년 청춘들의 노동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죠. 단지 미싱공장에서 편의점, 커피숍으로 그 무대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지난 13일 출범 1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김영경(32)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산화한지 41년이 지났지만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불합리한 대우는 여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유니온은 15~39세의 비정규직, 일시적 실업자, 구직자 등 ‘일을 하고 있거나 또는 일을 할 의사가 있는’ 청년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현재 210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 청년유니온은 지난 7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고용노동부는 “구직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벌써 4번째다.

비록 법외노조이지만 청년유니온은 지난 1년간 ‘젊은이들의 제대로 일할 권리’를 주장하며, 최저임금 인상, 부당해고ㆍ임금체불 실태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4월엔 편의점 500곳을 방문해 벌인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60%, 수도권 지역은 80% 이상이 최저임금제를 위반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자기 딸이 유명 커피프랜차이즈에서 3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식사는커녕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8시간을 내리 근무해왔던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신고를 해온 어머니가 있었는데 요즘 세상에 이런 노동착취가 가능하냐며 분통을 터뜨리시더라고요.”

청년유니온의 끈질긴 활동은 노동부가 최저임금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피자업체 등이 ‘30분 배달보증제’를 철회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김씨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비정규직, 알바생들은 살인적인 노동착취에 최저임금마저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런데도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입도 뻥끗 못하고 있는 게 청년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씨 역시 ‘알바’ 출신에다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시간당 1만원 정도 받고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다. 대학(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 언론정보학과)애 다닐 때는 등록금, 방세,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식당 설거지 보조, 고깃집 종업원, 전단지 돌리기, 마트 판매원, 리서치 조사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러나 졸업 후에 남은 건 학자금 대출 등 빚 800만원뿐이었다.

“주변 친구들 중에도 생활에 허덕여 꿈조차 꿀 수 없는 청춘들이 많았죠. 공장 노동자, 백수 등이 모여 도대체 왜 우리의 삶이 이지경이 됐는지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성된 게 청년유니온이다. 파트타임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는 일본의 청년노동자들이 만든 ‘수도권 청년유니온’이 2009년 1월 파견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에 반발해 천막농성을 벌이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한국판 청년유니온을 결성하게 된 것.

김씨는 “기성세대가 청연유니온에 가져주는 관심에 비해 문제의 당사자인 20~30대 청년들은 여전히 스펙쌓기에 골몰할 뿐 구조를 바꿀 생각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청년들의 냉소와 패배감을 깨트릴 재미와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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