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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시인도 제 앞머리쯤은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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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시인도 제 앞머리쯤은 깎는다

입력
2011.03.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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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은 ‘예로부터 전해 오는 격언이나 잠언’이다. 속담도 난이도가 별(★) 하나부터 다섯 개까지 다양하다. 가령 나쁜 버릇은 고치기 어려우니 처음부터 버릇을 잘 들여야 한다는 뜻인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국민속담 격이다. 하지만 ‘종소리가 잘 들리면 비가 온다’는 과학에 근거를 둔 속담도 있고, ‘가난은 죄가 아니다’는 격려성 속담도 있다. 하지만 속담도 허점이 있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개가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보았다. 영희란 똑똑한 개를 키울 때의 일이다. 하루는 영희가 어디에선가 뱀에게 물려왔다. 콧잔등에 뱀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영희의 콧잔등이 퉁퉁 부어올랐다. 치료방법을 몰라 걱정했는데 영희가 풀을 뜯어먹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분명히 개가 살기 위해 풀을 뜯어먹는 것을 보았다. 그 이후 그 속담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꼭 반론을 한다. 또 하나 더 있다. 내 도반인 고성 안국사의 대안 스님은 자신의 머리를 직접 깎는다. 그것도 멋있게 삭발을 한다. 그러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도 틀린 속담이다. ‘중도 제 머리를 잘 깎는다’로 바뀌어야 한다. 어제는 가위를 들고 긴 내 앞머리를 깎아보았다. 서툴지만 그럭저럭 깎였다. 이런 속담도 생겨야 한다. ‘시인도 제 앞머리쯤은 깎는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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