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호쿠 대지진/이어지는 생환]미야기현서 지진 9일만에 '기적의 구조'무너진 집 천장 구멍 발견해 구조 요청 성공두 사람 모두 저체온증… 생명엔 지장 없어할머니, 평소 임씨 성 사용 한국계일 수도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열흘 째인 20일 80대 할머니와 손자 등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특히 구조된 할머니가 평소 임(林 혹은 任)씨 성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재일동포일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외교통상부 현지 신속대응팀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NHK방송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이날 오후 4시께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 가도노와키(門脇) 마을의 무너진 주택에서 아베 스미(阿部壽美ㆍ80ㆍ여)씨와 손자 아베 진(阿部任ㆍ16)군을 경찰이 발견해 1시간 만에 구출했다고 보도했다.
미야기현 경찰에 따르면 구조 당시 아베군이 부서진 집의 지붕 위로 올라가 도움을 요청했고, 생존자를 수색 중이던 경찰관이 이를 발견해 구조에 나섰다. 당시 소년은 몇 장의 수건으로 몸을 감싼 상태였고, 할머니도 쓰러진 옷장 밑에 깔려 있었으나 이불 등으로 추위를 막고 있었다고 NHK가 전했다. 할머니는 "줄곧 이곳에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이어 "다친 곳이나 아픈 곳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또렷하게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지진 발생 직후 무너진 집에 갇혔으나 다행히 냉장고에 있던 요구르트 등으로 버티면서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자인 아베군은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물과 음식을 전달하면서 생존을 도왔다. 9일 동안 갇혀 지내던 아베군은 이날 천정에 뚫린 작은 구멍을 보고 기와조각과 돌을 헤치고 지붕위로 올라왔고, 이어 "아래에 할머니가 갇혀계신다"고 소리쳤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아베군은 지진 이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갇혀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전화가 끊겼고 구조대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등 쇠약한 상태여서 경찰은 이들을 헬리콥터로 이시노마키 적십자병원으로 즉시 후송했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구조된 아베 할머니가 한국계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센다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가 말했다. 할머니가 평소 한국식 임씨 성을 사용했고 이름 역시 한국식인 '수미(壽美)'씨여서 본명은 임수미씨가 아니냐는 것. 일본에서 여성은 결혼할 경우 남성의 성을 따라 쓴다. 이 관계자는 "손자 이름 아베 진의 진(任)자가 한국어로 임으로 읽히는 한자를 사용한 것을 봐도 재일동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217시간만에 이들이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점차 희박해지고 있던 생존자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번 대지진 이후 인간의 한계 상황이라고 일컬어지는 72시간을 넘긴 뒤 구출된 경우는 이들이 처음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센다이=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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