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최재원 형제 지배력 강화 나서자창업주 직계 최신원 회장 계열사 지분 매입 힘 키워
SK그룹의 사촌간 계열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그룹의 수석부회장에 앉히면서 지배력 강화에 나서자, 최신원 SKC 회장도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SK가스 및 SK증권, SK네트웍스 등의 장내 주식 매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SK그룹은 현재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촌경영'의 지배구조 형태로 이뤄져 있다.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차남이고, 최태원 회장은 고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의 장남이다. 고 최종건 회장이 48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하자, 당시 그룹을 물려 받기엔 다소 어렸던 최신원 SKC 회장 대신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SK그룹을 물려 받았다. 이후 SK그룹을 이끌었던 고 최종현 회장이 아들인 최태원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SK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SK그룹 사촌경영은 최근 들어 양측의 '세(勢) 불리기' 경쟁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최신원 회장은 12년 만에 SK네트웍스 주주총회 참석한 뒤"창업주에 대한 묵념도 없고 성의 없이 진행되면서 창업정신이 흐려졌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업계에서는 선친이 만든 SK네트웍스 경영에서 최신원 회장이 주변인으로 전락한 데 대한 불만 표출로 해석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고 최종건 회장이 직접 설립한 회사로, 사실상 SK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SK그룹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3년 임기의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최재원 수석 부회장은 이로써 SK(주)와 SK텔레콤에 이어 SK네트웍스의 등기이사까지 겸하게 됐다.
SK그룹 계열분리에 특히,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사촌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 때문. 현실적으로는 그룹 경영권을 쥔 최태원 회장이 계열분리에 대한 열쇠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실질적인 지배 회사인 SK C&C의 지분 44.5%를 보유 중이다.
반면, '실탄'이 부족한 최신원 회장의 지분은 미약하다. SKC 회장을 맡고는 있지만 지분율은 3.27%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의 직계 후손이란 명분이 있다.
실제, 최신원 회장은 평소"책임경영 차원에서라도, 때가 되면 그룹 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젠 선친이 세운 SK그룹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룹 경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최신원 회장은 과거 SK그룹이 사모펀드인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2004년)을 할 당시 "오너일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최태원 회장을 측면 지원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재계 관계자는"우리나라 재벌에게 상속과 맞물린 경영권 분쟁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며 "계열분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SK그룹도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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