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大 발전은 현실 인식부터"옛 영화 안주하면 도태… 정부의 차별화된 육성책 절실
마당발 여걸 파워우먼… 게다가 유전자가 독특하든 수식어가 붙었다. 이인선(52) 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DGIST)의 일이다. 여성으로서, 그 누구도 하기 힘든 성과를 일궜다. 지역 일각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해 디지스트에 학위과정을 개설했다. 지난해 연구동과 기숙사 등을 준공했고, 학위과정 캠퍼스를 민자유치(BTL) 방식으로 착공했다. 캠퍼스 완공 후 20년간 유지운영비도 확보해 놓았다.
이런 그가 친정 계명대로 복귀했다. 대외협력부총장이라는 직함으로.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격차가 갈수록 심화화는 가운데 이 부총장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
_오랜만의 친정 복귀다.
"연구실을 떠난 지 거의 10년만이다. 2001년 계명대 지역협력센터(RRC) 전통미생물자원센터를 유치와 함께 센터장을 맡았다. 대구테크노파크 신기술사업단장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까지 10년이다."
RRC는 2005년 RIC(Regional Innovation Center, 지역혁신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식경제부의 대표적인 산학협력프로그램이다. 2010년 현재 대구 6개 등 전국에 102개의 센터가 있지만 지금까지 여성 센터장은 이 부총장이 유일하다.
_부총장을 맡은 배경은.
"열정을 가지고,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중책을 맡긴 것 같다. 그 사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일도 많아졌다. 대학의 특성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여하겠다."
_교학부총장 의무부총장에 이어 또 부총장. 너무 많지 않나.
"우리대학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시스템화하고 동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대외협력 국제교류 취업지원 산학연구 분야를 맡아 학생들의 졸업 후를 지원하고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주업무다. 부총장간에 벽이 생기면 없느니만 못하지만, 우리 대학은 너무 잘 통한다."
_학교에서는 뭘 믿고 맡긴다고 생각하나.
"일을 겁내지 않고, 웃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나 한다. 학교 밖에선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 동안 수많은 우군이 생겼다. 당장은 계명대의 발전을 생각해야 하고 나아가 대구ㆍ경북, 국가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_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한시적으로 디지스트원장 임기가 연장됐고, 이번에 총장체제를 앞두고 물러났다.
"시원섭섭하다. 민간기업과 달리 일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욕도 안 먹고 편안하게 임기를 마칠 수 있겠더라. 건물도 천천히 짓고, 학위과정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편했을 것이다. 다른 지역 연구기관장들로부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기관장이 복지부동하면 그 기관이 발전하겠나. 덕분에 학위과정 개설했다. 1,000억원을 들여 연구동을 완공했다. 또 BTL로 3,950억원짜리 캠퍼스와 완공후 20년간 운영비와 유지관리비를 보두 확보했다. 그런데 사람은 들 때보다 날 때를 잘 알아야 한다. 지금이 그 때다. 훌륭한 분이 후임자로 왔으니 디지스트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
_디지스트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은.
"원장 물러났는데 이런 말 해도 되나. 카이스트나 광주과기원보다 40년 20년 뒤졌다. 후발주자로서 유연성이 생명이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지역대학,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협력도 필수적이다."
_문제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점을 든다면.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연구비를 지원 받으려면 먼저 연구과제를 잘 내야 한다. 일을 시작할 때 끝난 뒤 어떤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 일과 조직을 우선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오로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이 한 두 가지였겠나. 전체를 위해 나 자신을 죽여야지."
_1주일에 2, 3일 이상 서울에서 보내기 일쑤라던데. 가족들의 원성이 자자하겠다.
"남편이 잘 이해해 준다. 석사과정과 이번에 대학 입학한 애들에게 미안하다."
_계명대의 최대 현안은.
"3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4, 5년 뒤부터 본격화할 입학자원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 계명대가 자랑하는 국제교류 시스템과 캠퍼스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교육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_지방대학의 현 주소와 발전방안은
"수도권에서는 '형님이 잘 되면 나눠 줄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전국 대학을 동일 선상에 놓고 경쟁시키면 어떻게 하나. 지역 실정에 맞는 눈과 잣대로 봐야 한다. 동시에 지역 대학들도 현실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학교와 지역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현실은 엉망인데도 아직도 좋았던 그 옛날 생각만 하면 길이 없다."
● 약력
경북여고, 영남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교수
1999년 젊은 과학자상 수상
2001년 지역협력연구센터 전통미생물자원연구센터장
2004년 대구테크노파크 신기술사업단장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위원
2007년9월∼2011년2월 DGIST원장
2011년 3월 계명대 대외협력부총장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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