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된 정보를 적시에 우리 정부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도 연기할 뜻을 시사했다. 마츠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무장관은 19일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원전 사고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의식한 듯 원전 상황을 제때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마츠모토 외상은 또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이 3월 말~4월 초로 예정된 중학교 검정교과서 결과 발표가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잘 알겠다"고 대답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평소라면 이런 발언이 의례적인 것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일본이 국제협력이 긴요한 요즘 주변국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적시한)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일본 정부가 최근 사태를 고려해 발표 시기를 조절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은 3국 장관들이 일본 도호쿠 대지진을 계기로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는 등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지난 1년간 영토분쟁과, 역내 파워게임 속에 갈등을 지속해온 3국 관계에서 협력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지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1분간 묵념을 한 뒤에 시작된 회담에서 김 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일본에 위로의 뜻을 전하고, 추가적인 구조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마츠모토 외무장관은 "한국과 중국이 먼저 구조대를 파견하고 물량 지원을 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일본 경제에 대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나 일본 경제 기반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3국 외교장관은 회의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3국의 안정과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재난관리와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두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3국 외교장관은 올해 안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재난관리 기관장회의를 개최키로 하는 등 협력 메커니즘도 구체화했다. 이 같은 회담 분위기와 결과는 지난해 4월 경주에서 개최된 3국 외교장관 회의 때와는 판이한 것이다. 당시 한국∙일본과 중국은 천안함 사태 대응을 놓고 대립했고, 특히 일본이 중국 핵무기 감축 문제를 거론하면서 양 측은 얼굴을 붉힌 채 설전을 주고받았다. 다만, 이번 교토 회의에서도 한일과 중국은 동북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서 기존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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