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 유출이 진행중인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인근 지역에서 식수, 시금치, 우유 등에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아직까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일본 식품을 회피하는 방사능 공포는 시작됐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장기화해 주변 토양 오염이 지속될 경우 건강 위협은 물론 심각한 환경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바라키(茨城)현은 20일 후쿠시마현과 가까운 히타치(日立)시에서 생산된 시금치에서 ㎏당 5만4,000Bq(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식품위생법상 잠정 기준치인 2,000Bq의 27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방사성 세슘도 기준(500Bq)보다 3배 이상 높은 1,931Bq로 측정됐다.
앞서 19일에는 이바라키현 기타이바라키(北茨城)시의 시금치에서 기준치를 약 12배 초과하는 ㎏당 2만4,000Bq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같은 날 후쿠시마현의 식수와 우유에서 한 때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문부과학성은 18일 수도 도쿄(東京)를 비롯, 5개 지역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발견됐으나 인체에 유해하지 않을 정도의 미량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물이나 식품에서 계측된 방사선 수치는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한두 번 먹는다고 해도 건강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의 경우 일본인 평균 섭취량을 기준으로 1년간 마셔도 그 방사선 양은 컴퓨터단층촬영(CT) 한 번 할 때와 비슷한 정도이고 시금치는 5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우유와 시금치는 유통이 금지돼 모르고 사먹을 위험도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선 미량이라도 방사능에 노출된 음식에 대한 기피가 뚜렷해 건강식품으로 정평 난 일본 음식에 신뢰도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당장 아시아 주요 지역의 특급호텔들은 인기메뉴인 일본산 초밥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방사능 오염 우려로 당분간 일본산 신선식품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보고서를 인용해 해산물, 스낵류, 가공 과일, 야채류 등 미국의 일본산 식품 수입량이 대지진 발생 이후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도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 주민들은 평소 수돗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했으나 최근 들어 끓여서 마시거나 슈퍼마켓 등에서 생수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쿄 시노노메(東雲)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채소류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도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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