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ㆍ공립공연장이 공공성이라는 바퀴를 떼고 효율성이라는 한쪽 바퀴로만 달리고 있다. 궤도를 이탈한 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6회에 걸쳐 국ㆍ공립공연장의 방향성을 점검한다. 첫 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현대 예술의 유통 거점인 예술의전당과 달리 전통 예술 생산 기지로 국립국악원과 묶어 차별화(1997, 2003년 당시 문광부 채택 문화정책개발원 정책보고서 등)하기로 한 국립극장의 예술 생산 능력이다.
14일 국립극장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 출신인 임연철 극장장이 취임한 지난해 전체 수입에서 대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27%로 2009년(3%)에 비해 한 해 만에 9배로 폭증했다.
원래 대중 예술에 공연장을 잘 내 주지 않던 국립극장은 2007년 '캣츠', 2008년 '시카고', 2009년 '맘마미아' 등 수입 라이선스 뮤지컬에 잇따라 공연장을 대관하며 엄청난 수입을 챙겼다. 또 국립극장은 올해 대관료를 최대 8.7%까지 인상했다.
주차료가 국립극장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13%에서 2009년 20%로 수직 상승했다. 국립극장 주차장은 주말 남산을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 주차요금을 배(승용차 1일 주차료 1만→2만원) 인상했다.
수입이 느는데도 전속단체의 연 예산은 평균 5억원으로 줄였다. 정기공연 2번 하면 모두 소진되는 수준이다. 결국 이는 전속단체의 공연 수준 하락과 직결된다. 지난해 공연한 국립무용단의 'Soul(솔), 해바라기'와 국립창극단의 '청'은 국적 없는 퓨전 공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 극장장은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비정규 단원을 중심으로 '미르'라는 공연단체를 만들어 돈이 되는 어린이청소년 공연에 몰두하고 있다.
전속단체 작품에 대한 홀대도 심각하다. 국립극장의 모태인 국립극단은 지난해 법인화해 국립극장에서 단 한 건의 공연밖에 하지 못했다.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법인화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나머지 전속단체도 지난해 10~13건의 공연을 했는데 국립극장에서는 1~8건 밖에 하지 못했다.
공연계에서 "예술 경험과 철학이 부재한 낙하산 인사로 국립극장의 예술 생산 능력이 거의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국립극장에 상까지 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국립극장을 책임운영기관 37개 가운데 최우수기관(A등급)으로 선정했다. 강유민 행정안전부 조직진단과장은 "평가 기준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행안부는 기관장 리더십, 재정회계 예산관리의 건전성 제고노력, 행정효율성 및 고객서비스 제고노력 등에서 국립극장에 모두 높은 점수를 줬으며 임 극장장 취임 이전인 2007년 예산을 따 이듬해 공사를 시작하고 지난해 5월 문을 연 공연예술박물관 개관까지 기관장 리더십 항목에 포함시켰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수년 만의 대관료 인상은 경영상 감가상각에 따른 것이며 창작 약화는 (국립극단 법인화로 인한) 노사 갈등 때문이었다"며 "올해부터 창작 신작과 해외 공연을 활성화해 국립극장의 원래 임무에 부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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