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이 2011년 말까지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
명 시대’를 예고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게 2009년 겨울인데다,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이 기존 휴대폰에 비해 배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통신 3개사의 스마트폰 가입자가 이달 중 1,000만을 돌파하고, 연말이면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폰 열풍 탓에 작년 4분기 우리나라 가계 지출 중 통신비 비중은 7.0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통신비 지출 비중은 10%대로 훨씬 높다.
■여대생들이 매달 돈을 모아서 순번대로 돌아가며 명품을 구입하는 명품계(契)는 이제 화제도 안 된다. 명품을 사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대학생도 흔하다. 최소 수십 만원 하는‘고가 짝퉁’이라도 있어야 왕따를 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모아 인터넷 명품 사이트를 드나든다. 한국 사회에서 명품은 부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도 명품 구매대열에 합류한다.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이 해외 명품브랜드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소득 수준을 뛰어넘어 너도나도 명품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소비자심리학과 김난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부자들은‘사회적 위신’을 생각해 명품을 찾는 반면, 중산층 이하는 부유층에 대한 질시나 허영심으로 명품을 찾는다. 로버트 프랭크 미 코넬대 교수는 이라는 책에서 남과 비교되는 상대적 지위에 대한 인간 본성이 남들이 갖지 못한 더 비싸고 덜 흔한 사치품을 찾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부유층의 명품 소비 패턴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패턴에도 침투해 소득 불균형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부자들은 소비행위는 물론, 취미 문화 활동 등에서 남과 분리되기를 원한다. 아래 계층이 뱁새처럼 쫓아오면 더 많은 돈을 써서 달아난다. 인간 본성을 쫓아 과소비를 즐기다 소득으로 감당 안 되는 가계는 빚을 낼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 파산이 늘어나고 저축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줘 집을 사도록 부추긴 게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해법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수에 맞는 소비를 요구할 게 아니라,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가계소득 중 저축과 투자를 뺀 소비총액에 누진적 소비세를 물리자는 프랭크 교수의 제안이 솔깃해지는 이유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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