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악화를 막기 위한 일본 자위대와 소방청의 원자로 냉각, 도쿄전력의 전력 복구 작업이 20일까지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방사선 피폭 위험을 불사한 작업 덕분에 원전 주변 온도와 방사선량 수치가 상당히 떨어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력선은 연결했지만 냉각장치 등 기존 설비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설비 점검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사이 상황이 심각한 1~4호기에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원자로 4곳 외부전력 연결 완료
쓰나미 피해가 가장 적은 2호기의 전력을 우선 살리기 위해 외부전력 공급공사에 착수한 도쿄전력은 19일 인근 도호쿠(東北)전력 송전선을 1, 2호기 배전반에 연결해 전력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20일에는 본격적으로 전기를 흘려보내기 앞서 각종 기기 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고장났거나 아직 젖어 있는 기기에 그냥 전기를 보낼 경우 단락(쇼트)가 일어나 기기에 불이 나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이날 중으로 2호기 중앙제어실까지 전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앙제어실에 전기가 들어오면 각종 기기와 전기계통의 상황에 대한 확인 작업이 가능해진다. 이후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의 냉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해 냉각장치 가동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로 냉각을 위한 방수작업 중에는 전력복구가 어려원 냉각장치 가동은 “이날 중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도쿄전력은 내다봤다.
3, 4호기에서도 외부전력 연결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방사선량 수치가 높은 장소를 피해 산쪽으로 우회해서 송전선을 놓는 방법을 검토 중이어서 실제 전선 연결은 21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상태가 안정된 5, 6호기는 이날 중 전선 연결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앞서 5, 6호기는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통해 잔류열제거용 펌프를 가동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의 냉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덕분에 전날 오전 68.6도였던 5호기 저장소의 수온은 20일 오전에는 37.1도까지, 6호기는 67.5도에서 41도까지 내려갔다.
소방차 냉각으로 방사선량 감소
소방차를 이용한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냉각 작업은 도쿄소방청의 소방구조기동부대(하이퍼 레스큐)의 활약이 돋보였다. 대규모 재해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특수장비와 훈련을 받은 부대원들은 19일 오후 2시께부터 20일 오전 3시 넘어까지 13시간 동안 바다에서 바로 퍼올린 물을 상황이 심각한 3호기 핵연료 저장소에 쏟아 부었다. 굴절방수탑차라는 특수 장비를 이용한 해수 주입량은 타깃인 저장소 용량의 2배에 가까운 2,000톤이나 됐다. 자위대는 20일에는 4호기 핵연료 저장소에도 약 80톤의 물을 뿌려 넣었다.
계속된 냉각작업은 효과가 있었다. 도쿄전력은 20일 오전 8시 반 현재 후쿠시마 원전 1, 2호기 북서쪽 0.5㎞ 지점의 방사선량은 2,625마이크로시버트(mSv)로 전날 오후 2시(3,443mSv)보다 떨어졌다고 밝혔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장관은 19일 원전 상공 300m에서 적외선 측정기로 1~4호기 시설 표면 온도를 측정한 결과 모두 100도 이하였다며 “냉각수 주입으로 저장소에 일정한 수준의 물을 확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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