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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하이에나 전략’과 바이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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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하이에나 전략’과 바이오 혁명

입력
2011.03.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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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동물이 많은 초원에서도 단연 으뜸인 치타는 3초 만에 시속 100km이상 속력을 내 먹이를 잡는다. 그러나 곧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 무리에 둘러싸이는데, 빠르게 뛰는 골격을 지닌 치타는 싸움에는 약해 악착같이 덤벼드는 하이에나 무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먹이를 빼앗기고 만다.

이런 풍경은 초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필자가 만난 어느 다국적 제약회사 사장은 제약분야 후발주자의 전략을 ‘하이에나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는 연구개발에 전심전력으로 투자해서 신약을 만듭니다. 그러면 곧 후발국 제약회사들이 달려들지요. 정부의 묵인아래 복제약과, 보조 성분을 조금 바꾼 개량 신약으로 돈을 법니다. 하지만 두고 보십시오. 이제 곧 초원의 법칙이 바뀝니다.”

그렇다. 우리의 많은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가 애써 만든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시험의 공개된 결과를 차용해 왔다. 그러나 한ㆍ미, 한ㆍ EU FTA가 발효되면 신약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는 이게 불가능해진다. 또한 국내 제약사가 의약품 시판 허가를 받을 때 정부는 신약의 특허 침해 여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이제 치타 대신 잡은 먹이를 나무 위로 가져가 절대 뺏기지 않는 표범이 초원을 지배할 것이고, 그 동안 하이에나 전략을 구사했던 제약사들은 곤궁에 빠지고 말 것이다.

신약 개발은 바이오 산업의 개화를 견인한다. 바이오는 의약뿐 아니라 전 산업분야의 기반기술로 자리잡게 된다. 바이오 혁명은 생명과학계와 제약사가 주도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죽는다면 미래 국가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 영세한 국내 제약사는 모방제품 판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한EU FTA가 발효되면 생존 위기에 내몰릴 것이다.

우리의 희망은 과학의 결과가 상품화로 직결되는 생명과학뿐이다. 다행히 정부와 생명과학계는 소수이긴 하나 원천기술을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생명 과학자들을 키워왔다. 필자가 있는 KIST만 해도 인간 뇌의 연구라는 기초과학에 꾸준히 매진한 결과, 세계 최초로 신경성 통증치료제의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리는 우리만의 강점을 살린 새끼 사자를 키워왔고, 잘 육성하면 초원을 지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새끼 사자의 사망률이 무척 높다는 것이다. 열 마리 중 하나만 겨우 살아남는 현실에서 정부가 더욱 성실한 어미 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장기간 누적되어야 성과가 나타난다. 영세한 우리 제약사가 감당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 생존율 10%의 허약한 새끼를 키우기 위해선 연구개발 투자에 과감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성공하면 융자금을 갚는 제도를 통해 신약 개발의 위험을 정부가 나눠 부담하는 정책도 긴요하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완제품 복제로 산업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하이에나 전략에 머물지 않고 정부가 중심이 되고 과학자들과 기업가들이 함께 육성한 자동차 반도체 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사자가 됐다. 이제는 바이오산업의 차례다. 긴 안목과 인내심을 갖고 생명과학계와 제약업계의 새끼 사자들을 잘 키울 때, 우리의 바이오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커갈 수 있다.

초원의 법칙이 바뀌면 생존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바이오산업이 사자후를 토할 그날을 위해 지금 우리의 전략을 점검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할 때다.

유영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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