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기택씨의 그림에서는 동양적 정서가 읽힌다. 꽃 풀 새를 주제로 하는 화조화(花鳥畵)의 정신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매화와 그 근처에 포개진 작은 새는 작지만 또렷하게 부각된다. 그저 꽃과 새를 묘사한 것이려니 싶지만 작가는 자연에 대한 관조와 자기성찰의 과정으로 그린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10여년 전부터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리지 않은 소재를 찾다가 새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에 한철만 찾는 희귀종 황금새는 눈 속까지 노란 특이한 새로 묘한 매력을 줍니다.”
그러나 사실 이번 김기택 초대전는 새보단 꽃에 좀더 치중한다.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서 지난해부터 관찰해 온 매화를 소재로 그린 ‘아침이슬’연작 20여점을 선보인다. 김씨는 “꽃을 그리면서 내 삶에서 촉발되는 내면의 의식이 투사돼 꽃 새 물방울과 하나가 되는 장자의 물화(物化)의 경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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