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자국 내 막대한 금을 보유하고 있어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카다피 통제에 있는 리비아 중앙은행이 65억 달러상당에 달하는 143.8톤 규모의 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의 세계 각국 중앙은행 금 보유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치로, 세계 금 보유국 순위로 따져도 25위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리비아는 여타 국가들이 런던, 뉴욕, 스위스 은행 등의 지하 국제금고 내에 금을 예치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금괴 전부를 자국 영토 내에서 직접 관리한다. 즉 카다피가 용병 등을 조달하며 수년간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자금력이 이미 있다는 얘기다. FT는 "엄청난 금이 카다피에 생명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금은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있는 트리폴리가 아니라 차드나 니제르 등과 인접한 리비아 남부 사바로 옮겨졌을 수도 있고, 이미 현금화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월터 드 웨트 스탠다드 뱅크 원자재연구담당은 "리비아가 금을 유통시키려 한다면 금을 무기 또는 음식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는 금 외에 석유 수출로 축적해놓은 현금이 막대하고, 리비아 중앙은행과 아프리카, 중동,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 파악이 어렵도록 차명ㆍ가명으로 현금을 예치해 둬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대한 실효성에 회의적 시각이 팽배했었다. FT는 "금융 제재로 카다피를 옥죄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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