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413개사 슈퍼 주총데이]호텔신라 주총 깜짝 등장 삼성 첫 女사장 겸 CEO3세 중 첫 등기이사에 "내년엔 주총 직접 진행"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1) 호텔신라 사장이 18일 서울 장충동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이로써 그는 이 회장의 3자녀 중에서 가장 먼저 등기이사가 됐고, 삼성그룹 72년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이 회장을 포함해 오너 일가가 등기 이사를 직접 맡지 않았던 삼성가의 오랜 경영관행으로 볼 때 매우 파격적인 일이다. 범삼성가의 여성 경영인인 이명희 신세계백화점 회장도 부회장 등을 거치기는 했으나,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지는 않았다. 이 사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주총장에 예고 없이 깜짝 등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를 띠며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왜 대표이사 맡았나
당초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이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제 39기 주주총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단상의 이사석이 아닌 일반 주주석에서 총회를 지켜봤다. 지난해 말 전무에서 두 단계를 뛰어 사장에 임명된 이 사장은 자신이 경영에 나서지 않았던 2010 회계연도에 대한 실적을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단상에 오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총에 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행보는 오빠인 이재용(43) 삼성전자 사장과 대조를 이룬다. 실제로 이재용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않았다. 그 동안 삼성오너 일가들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면서도 법적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 자격으로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이다. 따라서 이부진 사장은 이제 신라호텔과 신라면세점 등을 거느린 매출 1조4,500억원의 거대조직 살림을 도맡은 만큼 실적 등의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만큼 자신감의 발로라고도 풀이된다. 이 사장은 2009년 호텔 신라의 전무를 맡아 매출을 1조원대로 끌어올리는가 하면, 롯데호텔을 물리치고 루이비통 매장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을 성사시키는 등 면세점 사업을 대폭 강화, 적잖은 성과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대표이사 선임은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답게 과감한 투자 등 오너십 경영의 장점을 앞세워 차세대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이 부사장은 이날 2011 회계연도의 경영성과를 따지는 내년에는 직접 나서 주주총회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신라의 경우 그 동안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의장역할을 맡는 일반적인 형태를 취해왔다"며"현재대로라면 이 사장이 내년 주주총회 의장직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삼성계열사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사장이 '여자 이건희'로 통할 만큼 사업 추진력 등에서 아버지를 많이 닮은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향후 호텔신라 운영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