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일부 학부모 단체가 도입을 주장하는 소위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라는 것은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청소년들이 게임 때문에 잠도 안 자고, 학업도 등한시하면서 폭력적으로 변해간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게임을 문 닫게 하면 청소년들이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
일찍이 미국의 저명한 비평가인 멩켄이 설파했듯이 간단하고 멋져 보이는 해결책은 반드시 잘못된 길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가장 최근에 시행된 여론조사(한국입법학회, 2011년3월)에 따르면 우리의 청소년들 중 절대 다수(94.4%)는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된다 해도 다른 대안을 찾거나 규제를 회피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무수히 많은 외국 게임을 접할 수 있기 상황에서 국내법으로 전 세계의 모든 게임을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다.
오히려 정부보다 학부모와 청소년의 생각이 더 현명한 것 같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학부모와 청소년들은 가정에 대한 교육 및 양육권을 법이나 정부에 맡기는 것 보다 가정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봤다. 즉,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 가정 내에서 직접 게임이용 시간을 관리하고 이를 게임업체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가장 선호(학부모의 43.5%와 청소년 39.8%)하는 반면, 법으로 강제하자는 주장은 10%대로 가장 낮았다.
아울러 한국입법학회가 분석한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비용 대비 편익 값이 1보다 낮아(0.41~0.88), 오히려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까지 셧다운제를 적용시킨다면 블루오션 분야인 국내 모바일 산업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와 청소년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이 통제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가정의 자율기제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최적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게임 기업의 역할은 청소년에게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 가정의 결정에 따라 이용시간을 조절해 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라는 게 그것이다.
정부가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법을 동원해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 침투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도 안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으로 가족의 결정권과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가정에 직접 침투하는 게 아니라 가정의 자율기제가 움직이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시각에서 접근하는 정부 정책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정부정책의 방향을 유도하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게임과 관련된 사건사고 보도를 보면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게임을 즐기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든 게임이 연루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책임과 인과관계를 오로지 게임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여론에 편승한 정부 정책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가정의 복지대책을 강구해야 할 여성가족부가 기업에 대해 규제하겠다고 나서면서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시작했고, 16세 기준으로 권한을 나눠 갖는 세상에 유례없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권력의 가정 침투라는 독재정권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기막힌 제도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단기간에 우리의 자녀가 게임 시간을 줄이게 할 지 모르지만 부모와 자녀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박탈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즉 게임 셧다운이 역설적으로 가정의 셧다운이란 극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무의미한 셧다운제 논의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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