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현상인가, 악몽의 시작인가. GM이 일제 부품의 공급 차질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일본발 부품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지엠(GM)에 따르면 21일부터 가동이 중단되는 GM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 공장은 픽업트럭인 쉐보레 콜로라도와 GMC캐논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콜로라도는 2만4,000여대, 캐논은 7,900여대가 팔렸다. 지난해 GM의 전 세계 시장 판매량 838만대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비중이지만 상징성은 크다. 연쇄적인 생산 중단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일본 부품 업체들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공장 생산 차질과 물류 비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구매자들이 요구하는 만큼 부품을 만들 수도 없고, 설사 만들었다 하더라도 순조롭게 해외로 수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GM의 다른 공장들이나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이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배터리를 생산하던 도요타 미야기현 공장이 쓰나미 피해를 입는 바람에 도요타와 포드의 북미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한 상태다.
정보통신(IT)ㆍ전자업계의 공포감은 더욱 크다. 일본이 휴대폰 등 최첨단 IT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와 부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당장 애플의 아이패드2 구매 예정자들이 울상을 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1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아이패드2는 현재 제품이 품절된 점포가 속출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시 첫 주만에 50만~1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아이패드2가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 엘피다의 D램, AKM반도체의 전기 나침반, 아사히유리의 터치스크린 유리기판, 애플재팬의 시스템 배터리 등 상당수의 일제 부품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엘피다는 아키타 공장이 정전 사태로 조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도시바도 미에현 요카이스 공장이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이패드2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일본 기업들의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판용 수지의 세계 점유율이 50%인 미쓰비시 가스화학이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18일에는 후지제록스가 후쿠시마현 공장에서 납품받는 소형 프린터와 디지털인쇄기용 금속제 커버 부품이 조달되지 않아 조업을 정지했다. 우리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피해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부품 수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이달말까지 주말 특근과 평일 잔업을 중단하기로 했고, 한국GM은 일제 자동변속기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은 이 기간 동안 생산량이 2,000~2,500대 정도, 한국GM은 자동변속기 공급이 감소할 경우 월간 10% 정도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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