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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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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입력
2011.03.1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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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장자연씨 필적 감정도 진실만 밝혔을 뿐… 국과수에 외압은 없다"

서울 마포 만삭의 의사 부인 의문사, 인천 집배원 실족사, 대북 전단 살포 보수단체 간부 모친 피살 사건. 장소, 성격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범인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해결의 열쇠를 제시한 기관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바로 '한국판 CSI(미국 범죄과학수사대)'로 불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다.

국과수는 미궁에 빠질 수 있는 의문사나 의혹투성이 사건에 결정적인 '한 방'을 제공한다. 사체 부검이나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고 신원을 확인한다. 오류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두 가지 일로 국과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 편지라는 문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필적을 감정했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메디컬 드라마 '싸인'의 촬영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국과수를 이끄는 정희선 원장을 만난 것도 공교롭게도 고 장자연씨 편지의 필적감정 결과 발표가 있었던 16일 오전이었다. 정 원장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필적감정 결과 발표를 실무진에게 맡기고 자신은 TV중계 화면을 통해 담담히 지켜보고 있었다. 벽에 걸린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액자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_고 장자연씨 편지라는 문건이 가짜라는 걸 언제 보고 받았나.

"오늘(16일) 오전에 결재했다. 필적이 다른 것 같다는 중간 보고는 받은 적이 있다. 감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의 구두 보고였을 뿐이다. 특정 감정이나 부검 과정엔 전혀 간여하지 않는다."

_일부러 그러는 건가.

"국과수는 위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행정기관이 아니다.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국내 유일의 범죄 증거물 감정기관이다. 감정과 부검만이 있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원장이 감정이나 부검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구조다."

_장씨 편지 건의 경우 사회적 관심이 커서 부담되지 않았나..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연구원들에게 모든 걸 맡겼다. 그들의 뛰어난 감정 실력을 믿었으니까.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정말 부담스러웠다. 장씨 필적감정을 의뢰 받은 뒤 언론에서 전화 문의가 쏟아졌다. 셀 수도 없을 정도여서 폭격을 당하는 심정이었다. 전화 취재에 일일이 답해줘야 했다. 정말 힘들었다. 안 할 수도 없고."

_은근히 알아보고 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던가.

"국과수는 감정과 부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곳이다. 원장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원에게 특정 사안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행동이다. 장씨 필적감정이 시작된 뒤 담당 직원을 일부러 멀리했다. 전화 한 통 안 했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언론은 내가 사건을 수시로 점검하고 지휘했다고 보는 것 같지만 천만에. 담당자들에게 한번 물어봐라."

_감정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여전히 있다.

"개의치 않는다. 국과수는 페이퍼(감정 결과서)로만 말할 뿐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번 사건도 여느 다른 사건의 하나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감정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것은 그렇게 말하는 쪽의 자유다."

_국과수 최고 책임자가 직접 브리핑을 안 한 이유는.

"아무래도 전문가가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국과수는 연구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조직이다. 그런 맥락에서 필적감정 업무를 담당했던 문서영상과장에서 맡긴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_감정 때 사건의 파장 따위는 고려 요소가 안 됐나.

"당연한 것 아닌가. 국과수 감정은 사안의 진실 여부만 밝힌다. 결과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 뭐 이런 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생각해 봐라. 감정을 담당한 연구원의 자필 사인이 들어가는데, 진위 판단 외에 다른 요소가 어떻게 개입될 수 있겠는가. 법정에 가면 귀중한 증거자료로도 활용된다. 이런데 누가 다른 생각을 하겠는가."

_한 방송사는 사설 감정을 통해 장씨 친필이 맞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문제다. (목소리를 높이면서)도대체 사설 감정인의 무엇을 믿고 그런 결과를 내놓았는지 모르겠다. 국가 기관은 책무가 남다르다. 모든 사안이 국민 개개인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일인데 국가기관이 함부로 잘못된 결과를 내놓겠는가."

_국과수 업무의 한 축은 부검인가.

"부검이 사실 핵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변사체 부검률은 선진국보다 낮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30%에 육박하지만 우리는 10%도 안 된다."

_왜 그런가.

"많은 변사 사건?법의학 전문가(법의관)가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검시 관련 법령이 없어 법의관이 현장에 가려고 해도 갈 수 없다. 사인의 진실이 묻히는 경우가 허다한 게 안타깝다."

_우리나라가 검시 후진국이라는 얘긴가.

"그럴 수도 있겠지. 우리나라는 1년에 25만 명 정도 사망한다. 병원에서 15만 명 정도 죽고, 나머지 10만 명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사망한다. 이게 변사다. 얼마 전 있었던 인천 집배원 사망사건 같은 게 그런 경우다. 그런데 이 10만 명의 죽음을 제대로 다루라는 법령이 하나도 없다. 사건 현장에 경찰이 달려가 전공과 무관하게 아무 검안의 불러 간단한 의견을 청취한 다음에 검사에게 보고하고, 판사가 부검 영장을 발부한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

_선진국은 다른가.

"미국 드라마 CSI를 봤다면 알 것이다. 미국은 법의학 검시관이 현장에 가지 않으면 절대 현장을 훼손할 수 없게 돼 있다. 법의관 허락 없이는 부검은 불가능하다. 변사체를 함부로 처리하는 일 역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인우보증제'라는 게 아직도 있다. 친지나 이웃 같은 가까운 사람 2명 정도만 보증을 서면 의사가 시신 상태도 확인 안 하고 사망진단서를 써주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런 식의 나라는 선진국에는 없다."

_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기억 나겠지만 몇 년 전 지방에서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사고로 인부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현장을 검안했던 비전문가 대학교수가 휴대전화 폭발로 인부가 숨졌다고 했지만 이게 엉터리였다. 법의학 학회에서 휴대전화 폭발로 사람이 죽었다는 논문을 본적이 없었다. 법의관이 현장 조사를 다시 했었는데, 포크레인 기사가 인부를 치고 그 충격으로 휴대전화가 불에 탄 걸로 확인됐다. 과실치사 사건이 휴대전화 폭발사건으로 둔갑했던 셈이다. 웃기지 않는가. 거짓 검안 때문에 해당회사의 당시 주가 총액이 8,000억 원 정도 떨어졌다.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거다."

_감정이나 부검 때 '특별 지시'를 한 적은 있나.

"없다. 감정이나 부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코멘트도 해서는 안 되는 게 국과수 불문율이다. 그렇지만 '빨리 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는 한다. 긴급사건인 경우 그렇게 한다. 유전자 분석 한 건을 빨리 매듭짓는 효과는 대단하다. 100명이 넘는 경찰관이 동원돼 불필요한 탐문수사를 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만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거 외에는 없다."

_특정 사건 유전자 감정이나 부검 과정에서 외부 압력 받아봤나.

"국과수에서 33년을 일하면서 그런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만일 있었다면 내가 먼저 폭로했을 것이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대도 국과수는 외길을 갔다. 만약 외압이 있었다면 황적준 전 국과수 법의학과장이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겠는가."

-부검은 경우에 따라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할 여지도 있지 않나.

"그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가 있다. 시국사건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부검은 국과수 법의관 외에 시민단체 관계자 등 두세 명이 더 참여한다. 부검 순간순간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공정성 시비나 조작 시비 같은 게 생길 수 없다."

_우리의 과학수사는 어느 수준인가.

"2004년 인도네시아를 덮쳤던 쓰나미 사태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쓰나미 현장에서 자국민 시신을 모두 찾은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유전자 분석 능력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얘기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죽은 두 갓난아기의 부모를 밝혀냈던 2006년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프랑스 영아 유기사건은 프랑스 언론조차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_과학수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으니 그럴 만 하지 않는가. 얼마 전 뉴질랜드 지진 참사 때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뉴질랜드 수상이 국과수에 지원을 요청해 법의관, 법치의학 전공 치과의사, 유전자 분석관 각 1명씩을 보냈다. 현지에서 숨진 사람들의 국적이 어딘지 치아를 보고 정확하게 밝혀낸 게 우리 과학수사다. 모발에서 마약류를 검출하는 기술은 일본 싱가포르 중국 같은 나라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_비결은 뭔가.

"처음부터 국과수의 기술이 뛰어났던 건 아니다. 하루 아침에 이룬 성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씨랜드 화재 사건 등 대형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과 연구원들의 역량이 자연스럽게 함께 키워졌다. 연구원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유전자 분석이나 마약 검출 기술이 지금처럼 세계적 수준이 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_국과수를 양분하는 부검(법의학부)과 유전자 분석을 포함한 감정(법과학부)은 엄밀히 말해 서로 다른 영역 아닌가.

"맞다. 하지만 각 부서는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체제가 구축돼 있다. 예졍?교통사망 사고가 나면 교통공학과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법의학과에서 시신을 부검하며, 부검 때 나온 약물 성분은 약독물과에서 감정하는 식이다. 하나의 감정결과 보고서를 도출해내려면 여러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되면 팀이 따로 꾸려지는 경우도 있다."

-협업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뜻인가.

"그렇게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미국은 분리 운영하지만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은 우리처럼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부검 감정기관을 운영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여러 부서가 협업체제로 운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정확성 객관성이 담보되고 효율성도 높아진다."

_법의학과 법과학을 분리할 계획은 없나.

"사실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것은 큰 장점이 없다고 본다. 특히 점점 늘고 있는 살인사건, 의문사 등은 법의학과 법과학이 연계되지 않고선 진실을 도출해내기 어렵다."

_한계도 있을 것 같다.

"구걸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하는 일에 비해 각종 지원이 제대로 뒷받침 안 되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인력은 지금(300명)의 2배, 예산도 대폭 늘려야 한다. 돈이 있어야 진실을 밝혀낼 좋은 장비를 구입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선진국은 과학수사에 필요한 장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만 해결된다면, 과학수사에선 세계1위를 자신할 수 있다"

-얼마 전 끝난 메디컬 수사 드라마 '싸인'은 실제에 가깝나.

"그렇지 않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국과수가 배경이 됐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특히 치열한 정치 논리와 권력 암투가 그려지는데, 국과수는 그런 것 하고는 거리가 멀다. 절간 같은 곳에서 그런 게 가능한 얘기인가."

_드라마처럼 부검 의견이 다를 경우엔 어떻게 하나.

"결재 과정에서 뭔가 미진한 점을 발견하거나 문제점이 파악되면 법의관들로 구성된 심의에 회부한다. 현장 사진과 부검 사진, 진술 조서 같은 사건 관련 자료를 부검 집도의가 만들어 여러 법의관들에게 묻는 절차다. 법의관들은 자료를 공람한 뒤 자기 의견을 붙이게 되고, 이걸 토대로 부검 결과를 재도출한다. 수준급 부검 집도의들이 포진해 있어 실제로 이런 경우는 드물다."

_국과수는 한마디로 어떤 곳인가.

"아주 찬 곳이다.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너무 어렵고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매일 어두운 것만 보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단순한 사명감 이상의 무엇이 없다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_30년이 넘게 국과수를 떠나지 않은 특별한 까닭은 있나.

"일이 주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엔 똑 같은 증거물은 단 하나도 없다. 항상 다른 증거물이 내게 맡겨진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다. 도전성을 시험하기도 했고. 백지 상태에서 실험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을 한번이라도 느껴봤다면 국과수를 쉽게 등지긴 어려울 것이다."

_최초의 국과수 여성 원장으로 개인적인 욕심은 없나.

"국민을 안전하게 해주는데 중요한 축이 되는 게 국과수의 지향점이다. 동시에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이러려면 부검과 감정 실력이 최고 수준에 올라야 한다. 우리의 과학수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세계가 인정하는걸 객관화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2015년 국과수 개원 60주년을 앞두고 2014년에 법의학 및 법과학 분야 세계학회를 유치하는데 총력전을 벌일 생각이다."

■ 정희선 원장은

1955년 충북 충주생. 26일이면 개원 56년째를 맞는 국과수와 동갑이다. 숙명여대 약대를 졸업한 78년 국과수에 들어갔다. 국과수 마약분석과장, 법과학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8월 국과수 첫 여성 원장으로 임명됐다. 남편 유영찬 박사도 국과수 소장을 지내 '국과수 부부 원장' 기록도 갖고 있다. 마약 복용자 판별 방법을 개발하는 등 마약 수사의 기반을 닦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는 제10회 비추미 여상대상 별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인터뷰/ 서중석 법의학 부장 "부검은 죽음의 진실 밝혀내는 일"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법과학'을 대표한다면 서중석(52) 국과수 법의학부장은 부검 및 검안으로 압축되는 '법의학'의 대부로 통한다. 중앙대 의대 출신으로 전문의 자격증까지 딴 정 부장은 그의 표현대로 '뭔가에 홀려' 1991년 국과수를 직장으로 택했다. 주 활동 무대는 지금이나 그때나 변함 없이 부검실이다. 망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지막 장소가 그렇게 편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부검을 통해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는 ?주 업무다.

그는 부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1만여 건의 부검 기록도 갖고 있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은 꼬박 부검에 매달린다. 사회를 뒤흔들어놓은 굵직한 사건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별로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신의 검안을 맡았었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부검도 그의 몫이었다. 노 전 대통령 검안 땐 현지 병원의 거부로 서울과 부산을 두 번이나 오갔던 기억도 있다. "병원 측과 경호진이 검안을 가로 막았다. 서울로 올라왔는데, '급히 다시 내려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비전문가의 검안이 미덥지 않았는지 저를 다시 찾더라."

1996년 연세대 노수석 군 사망사건, 2005년 농민 전용철 씨 사망 사건 등 시국사건 사망자도 직접 부검했다. 서 부장은 "시국 사건의 경우 정치 쟁점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어 특히 오점이 없도록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 쪽의 과학수사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검시(檢屍)법이 하루 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 중에서 법의관의 사건현장 동행 의무화가 법에 명시되지 않은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개탄했다. "사건 현장을 경찰이 먼저 조사하고 검사가 부검 여부를 결정한 뒤에야 법의관의 역할이 시작되는 한 진실 규명은 어렵다. 결국 현장 검안 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검 하지 않아도 될 시신에 손을 대는 낭비적 요소도 많다."

국내 최고의 부검의로 꼽히는 그는 영원한 법의관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변사체로 발견돼 부검대에 오른 시신 중 상당수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인 탓에 이들의 사연을 더 들어주는 일은 어느새 천직이 됐다.

인터뷰= 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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